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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vory Nov 19. 2022

'이런 이유'라면 결혼하지 마세요.

정신과에서 찾은 3가지 공통점

   정신건강의학과에 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고민 끝에 겨우 찾아간 병원은 십중팔구 인산인해일 것이다. 그동안 고민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와있다. 나만 힘든게 아니었구나,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그간 고민했던 긴 시간들이 떠오르며 왠지 모르게 허탈해지기도 한다. 겨우 큰맘먹고 왔건만 '가장 빠른 예약은 n개월 뒤부터 가능해요'라는 안내를 듣게 된다.



  사람이 많은 만큼 사연도 다양한데, 그중 배우자와의 관계가 주요 스트레스가 되어 정신과에 오게 된 분들이 있다. 대학병원 정신과에서 일하는 동안 아내로 인해 정신질환이 발병한 남편보다 그 반대의 경우를 압도적으로 많이 봤다. 때로는 '이분은 결혼하지 않았으면 정신과에 올 일이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혼 상태가 정신질환 발병에 보호요인이라는, 그러니까 결혼한 사람들에게서 정신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더 낮다는 연구들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결혼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신과에 방문한 분들은 다음 세 가지 이유로 결혼을 결심했던 경우가 많았다.








1. 도피처를 구하기 위해 결혼하지 마세요.

   원가족과의 관계가 좋지 못한 경우,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집으로부터 벗어나면 행복해지리라 기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슬프게도 많은 경우에서 결혼은 도피처가 되지 못한다. 원가족 사이에서 도망치고 싶은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면, 나의 심리상태도 안녕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인연을 만나는 것은 안그래도 어려운 일인데, 내 마음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좋은 사람을 고르는 것은 더욱 어렵다. 배고픈 사람일수록 형편 없는 빵을 고른다고 했던가. '집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에 상대방과 결혼 후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을 불사하고 결혼을 추진한다.



2. 나이에 쫓겨 결혼하지 마세요.

   제 3자가 보기에 나이가 많은 편이 아닌 것 같은데, 자신의 나이가 결혼하기에 늦었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다. 이분들은 인생의 일정을 미리 정해두고 있다. "27살에 만나서, 30살에 결혼해야지. 32살에는 아기를 낳아야지." 하는 식이다. 내 나이가 29세고 애인이 없으면, 결혼 시장에서 급한 나이가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세워둔 인생 계획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에 몹시 불안해 한다. 그렇게 불안에 눈이 가려져, 결혼 생활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을 못본 척 하고 덮는다. 못본 척 했던 바로 그 문제는 결혼 생활을 하면서 결국 진짜 문제로 불거지게 된다.



3. 구원자적 환상에 빠져 결혼하지 마세요.

   누구나 사랑에 빠지면 상대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 언뜻 아름답고 선하게 보이는 이 마음이 지나친다면 당신의 삶을 구렁텅이에 넣을 수 있다. '이 사람은 나 아니면 안돼', '이 사람의 상처를 보듬어줄 사람이 필요해', '나의 사랑과 보살핌으로 지금의 어려움은 극복될 수 있어', ‘내가 결핍을 채워주면 상대도 나의 결핍도 채워주겠지’. 모두 위험한 생각이다. 연인이 힘들 때 곁에 있어줄 수 있고, 서로 위로하고 도와주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면 충분히 좋다. 하지만 당신은 구원자가 될 수 없고, 구원자가 될 필요도 없다. 구원자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결혼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





   물론 위의 내용에 해당하면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분들은 정신과에 찾아 오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행한 사례들만 보게 된 오류가 있음을 감안해주시면 좋겠다. 혹시 당신에게 결혼이 급하다면, 무슨 이유에서 급한건지, 생각해보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제목이 다소 자극적인 점은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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