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클릭하세요.
혹시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요?
혹은, 싫은 정도는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 거슬리는 사람이 있나요?
있다면, 그 사람의 어떤 점이 싫거나 거슬리나요?
바로 스크롤을 내리기 전에, 당신은 어떤 사람을 싫어하는지 잠시 생각해보세요.
“다른 사람에게 배려가 없고, 이기적인 사람이라서 싫어요.”
“너무 혼자만 돋보이려고 하지 않아요? 지나치게 나서는 게 별로예요.”
“이성 앞에서 태도가 완전히 바뀌어요. 여우같고 이중적이에요.”
“절대 손해 안 보려고 하는 게 빤히 보여서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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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싫냐는 짧은 질문은 아마 천차만별의 대답을 이끌어 낼 것이다.
상담에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주제로 떠오르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럴 때 나는 속으로 크게 놀라곤 한다. 이기적인 사람이 싫다며 열을 올리던 그는 심리검사 결과에서 ‘이기적인’ 성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상 사람들은 배신을 잘하고 믿을 수 없다고 말하던 이는, 본인이 의심이 많고 신뢰관계를 이루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이렇듯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곧 나인 경우를 꽤 자주 보곤 한다.
융의 분석심리학에서 ‘그림자’라는 개념이 있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열등한 부분을 타인에게 투사하여 비난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 중 유난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자신에게 그런 면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그림자'를 자기 자신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자신의 그림자, 그러니까 그 결점과 반대되는 증거들을 의식적으로 수집한다. 그렇기에 누군가 '너도 그런 사람이야'라고 말했을 때 순순히 인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오히려 발끈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이기적인 사람이 싫다며 열을 올리는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이타적인 행동들은 꼼꼼히 기억한다. 그리고 누군가 이기적인 모습을 보일 때, '나는 이렇게나 이타적이었는데!' 하며 억울해하고 분노한다.
나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어떤 사람이 싫지?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내 그림자를 찾길 바라며 자문해본다.
사실 그림자 이론은 얼핏 익숙하기도 하다. 나같은 사람이 싫다는, 우스갯소리로 '동족혐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자신의 그림자를 그대로 비추어서 누군가의 어떤 면을 싫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때로는 누가 봐도 자기와는 정 반대 성향의 사람을 싫어하기도 한다. 나와 매우 가까운 관계인 A에게 물었다.
"넌 어떤 사람이 싫어?"
A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자신 있는 목소리로, 자기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바로 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난 염치없는 사람이 싫어."
음, 그렇지. 염치 없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이 제일 싫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인간 군상 중 '염치 없음'을 가장 싫다고 꼽은 것에는 A만의 이유가 분명 있을 터였다.
그런데 이는 자신의 열등한 측면을 싫어한다는 융의 그림자 이론에는 얼핏 바로 맞아떨어지지 않는 대답이었다. A는 누가 봐도 염치 없음과는 정 반대인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누군가 자신을 도와주면 그 은혜와 고마움을 잊지 않는, 몇년의 시간이 지난 뒤에라도 반드시 보답하는 사람이다.
"그렇군.. 맞아. 너 염치없는 사람 싫어했지. 근데 어떤 심리학 이론에서 보면, 사람들은 나 같은 사람을 싫어한대."
그는 영민해서 이렇게 간단히 말해도 바로 알아 듣는다.
"나 근데 '나같은 사람'을 싫어하긴 해."
"그래? 어떤 사람이 나같은 사람인데?"
"나는 누구한테 뭘 받거나 뭘 주면 그걸 잊어버리질 않아. 쟤가 나한테 얼마어치 밥을 사줬지, 내가 쟤한테 커피를 얼마어치 사줬지, 내가 쟤보다 얼마를 더 냈지, 이런걸 다 기억해. 기억 안하고 싶은데 잊히지가 않네. 내가 이러면서, 또 나같이 주고받은 걸 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싫어."
"그렇군...
너는 염치 없는 사람이 싫다고 했지만, 혹시 너는 한편으론 염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은거 아닐까? 너가 말하는 염치 없는 사람은 내가 뭘 얻어먹었는지, 뭘 받았는지 잘 기억 안하는 사람이잖아. 네가 그렇게 되고 싶어도 잘 안 되는 그런 성향의 사람들."
주는 것 없이 어떤 사람이 유난히 거슬릴 때, 무엇 때문에 그 사람이 그렇게 싫은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 특성이 혹시 내가 가진 모습인지, 혹은 내가 갖고 싶지만 갖지 못한 면은 아닌지 들여다보자. 누군가가 싫다는 소모적인 감정에서 빠져나와 나 자신에게 호기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운이 좋다면 뜻밖의 발견을 할 수도 있다. 이는 나의 단점을 보완해주고 인격적으로 더 성숙하게 할뿐 아니라, 내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