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주는 평안함
일이 손에 안 잡혀 근처 카페에 왔다.
카페는 여러 층으로 되어 있어 한 층은 공부를 하거나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조용히 차지하고 있었다.
귀에 거슬리지 않는 팝송이 흘러나오고, 번화가 한복판이란 게 믿기지 않을만큼 카페는 독서실처럼 조용하다.
사람들은 띄엄띄엄 앉아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
집에서도 일이 안 되더니만, 오히려 너무 조용해서인지 카페에 와서도 잡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후엔 나를 포함해서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이 세상에 없겠지?'
당연한 사실인데 새삼스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유한한가.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내고 사소한 일에 분내어도, 그래봤자 모두 죽을 것이다. 그것도 1세기도 전에!
지금은 MZ니 뭐니 세대를 나누고 있지만, 한 50년만 지나면 모두 공평하게 노인이 될 것이다.
지금 나는 카페 안의 사람들에게 아무런 동질감을 느끼지 않았지만,
50년이 흐른 뒤
젊은이들이 많은 거리에서 우연히 이들 중 한 명을 만나게 된다면
'나와 동시대를 지나는 사람이구나' 하며 남모를 친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공평하게 늙고 공평하게 죽을 걸 생각하니
카페 안 낯선 사람들에 대한 좀더 다정한 마음을 느낀다.
마음 한 켠에 죽음을 기억하니
좀더 나누고 친절하고, 용서하며 살고 싶어졌다.
할 수 있다면 좀더 웃고, 좀더 맛있는 것 먹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여전히 일은 손에 안 잡히지만
오늘의 잡생각으로 브런치에 글 하나 쓸 수 있었으니
카페 온 보람은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