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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vory Aug 13. 2024

'사랑받고 컸어요'라는 말, 불편하다

최근들어 '사랑 많이 받고 자랐다'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말이 부쩍 자주 들린다. 

사랑 받은 것도 스펙의 하나로 여겨지는 세상이다.

나는 왜인지 이 말이 참 듣기에 별로다.






본인이 선택할 수 없던 것에 대해서는 비난하거나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장애가 있는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되고, 타고난 외모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지 말라는 것도 그래서다.

사랑받고 성장한 것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운 좋게 사랑이 풍족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 자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서가 아니라

양육자가 미성숙해서, 환경이 여의치 못해서 등 다양한 사정에 의해 그런 일은 언제나 벌어진다.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 중 스스로를 사랑받을만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잘못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누구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혹 어려서 결핍이 있었어도 성인이 된 후 중요한 타인과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통해 회복할 수 있다.



사진출처 - freepik.com


사랑 받고 자란 사람의 강점이 무엇일까?

비단 밝고 명랑한, 구김살 없는 모습만이 아니다.


사랑 받고 자란 사람은 자신이 받은 사랑을 남에게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고, 

내가 받은 사랑과 공감으로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사랑받고 자란 사람이 자연스럽게 발휘하는 강점이다.



그래서 사랑 받고 자랐음을 스펙처럼 내세우는 게 더욱 불편하다.

듣는 이의 마음을 배려한다면 스펙처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진짜 사랑받고 자란 사람이라면 그런 표현 조금 조심스럽지 않을까.

점입가경으로'(난 사랑받고 컸는데)넌 사랑받지 못하고 큰 것 같아'는 평을 함부로 내리는 사람조차 있다.



내가 잘해서 사랑받고 큰 게 아니라 단지 좋은 부모와 환경을 만나 운이 좋았을 뿐인 것을.

게다가 부모의 과도한 사랑과 찬사가 자녀를 나르시시스트로 만들 수도 있음을.







사랑받은 사람은 사랑이 있다.

양육자에게 진심어린 공감을 받아본 사람은 남을 공감할 수 있다.

자칭으로 내세우기보다 행동으로 드러나는 사람이 되었으면.



심리치료하는 임상심리사로서 '사랑받은 사람 컨셉'은 정말 불편하다.

이또한 유행이라면 어서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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