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와 함께 떠오른 생각들
오랜만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었다. 그리고 그의 문장력과 많은 책을 쓰는 성실함에 놀랐다. 무라카미 작 중에는 읽어 본 책과 아닌 책이 반반일 듯하다. 이십 대에는 수집하듯 무라카미의 책을 모았었는데 수집하듯 모아 대서인지 정작 다 읽지 않고 지루해서 처분한 책들도 많다. 오랜만에 읽어서인지 아니면 내가 그의 글을 조금 더 잘 받아낼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인지. 어쨌든 글이 너무 잘 들어와 두 시간 정도 만에 다 읽었다. 어떤 책이든 책을 다 읽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하루를 가득 알차게 보낸 것 같은 뿌듯함과 상쾌함이 차 오른다.
타인의 글을 읽는 건 무언가를 (뭐라도) 하고 싶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다. 읽으며 상상하고 오 나도 이거 해 보고 싶어. 또는, 나는 이렇게 이런 소재로 글을 써 보고 싶어. 하는 식의 동기부여.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페이지를 새로고침 해가며 별 대수롭지 않은 글들을 읽는 것보다 확실히 생산적인 활동이다. 그래서 마음에 푹 들어오는 좋은 글들을 읽을 때면 매번 아, 너무 좋다. 매일매일 이렇게 성실히 읽어야지, 하는데. 막상 시간이 나면 몸이 나른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그저 널브러지게 된다. 너무 피곤해서 책 읽는 데까지 에너지를 쓰지 못하는 거야. 하고 스스로를 변호하고 싶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되돌아보면 많은 부분 아쉬움이 남는다.
의지가 샘솟아 욕심부린 만큼의 절반만 읽고 썼더라도 지금보다 더 많은 결과물이 남았지 않았을까. 그것이 어떤 거였더라도 말이다. 아니 어쩌면 이런 식의 욕심이 실행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뭘 하려면 ‘뭘 해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순수한 동기가 앞단에 있어야만 하지 않나 싶다. 그래야만 즐겁게 하고 길게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 면에서 본다면 나는 아직 경지에 오르기에는 먼 사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