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그랬지
손 편지는 기회가 한 번 밖에 없어 아름다운 것이라고
수정할 수 없기에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난 고개를 끄덕였지만
실은 반만 믿었어
그거 아니
네가 읽은 거,
그거 한 번에 써 내려간 거 아니야
편지를 쓰는 내가
내가 되기 위해 견딘 세월을
상상할 수 있니 네게 말을 걸기 위해
시간 속을 구르고 날고 헤쳐 나와
이 순간 가느다락 손가락 사이에 펜을 쥐여주고
우리 얼굴을 생기 있게 만들지
너는 흐느적이는 글자에 기대어
해맑게 즐거워했지만
그거 아니
내 편지에 우연이란 없어
철저하게 계산된
순간의 파편
검은 잉크로 남는 잔해
몇십 년 전에 이미 출발한 것들
결국에는 금이 가 소멸되고야 말 것들
결과를 알면서도 행동하는 것은
늘 어리석은 짓일까?
그렇다면 한 번만 더 실수할 테니 눈감아주세요
결국엔 또다시 펜을 들고야 말 테니
잠시 망설이다가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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