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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 Jul 12. 2018

[재인] 악(惡)에 대하여, 화이트크리스마스

※ 이 글은 드라마 <화이트크리스마스>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 이 글은 PC 환경에서 작성되었습니다. PC 화면으로 글을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


                                                                                                         

 '화이트크리스마스'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누군가는 캐롤 송, 누군가는 색색의 불빛, 그리고 아마 대부분이 그 위를 따뜻하고 포근하게 덮은 눈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화이트크리스마스'라는 이름으로 연말마다 나를 찾아오는 것은 한 편의 드라마다. 새하얀 눈밭을 뒤덮는 검고 붉은 무언가. 악마, 어둠, 경계, 소년, 그리고 괴물과 같은 말들. 바로 KBS 드라마 스페셜 <화이트크리스마스> 때문이다.

  김우빈, 이솜, 홍종현, 성준 등 모델들의 데뷔작 혹은 초기작이기도 한 이 드라마는, 처음에는 훈훈한 배우들의 라인업으로 나를 화면 앞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는 청춘물이나 학원물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다분히 철학적인 드라마인 <화이트크리스마스>가 8명의 소년과 8부의 기록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사유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선과 악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배경은 대한민국 상위 0.1%의 엘리트들이 모인 수신고등학교, 그리고 그곳의 단 한번의 방학인 크리스마스다. 이야기에 불을 붙히는 것은 다음의 한 편지다. 강원도 산골짜기에 위치한 학교가 기록에 없는 폭설로 외부와의 연결이 완벽하게 차단된 상황, 아홉 명의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로 학교에 남았다. 리만 방정식을 풀어보기 위해, 편지에 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편지의 결말을 지켜보기 위해, 이들의 숙직 선생님으로서, 혹은 편지의 존재도 모른 채 어쩌다가.


계속해서 생각해봤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너는 나를 비참하게 물들였고
너는 나를 구석괴물로 만들었고
너는 네가 아는 것을 침묵했어
너는 내 가망 없는 희망을 비웃었고
너는 내가 가진 단 하나를 빼앗아 목에 걸었고
너는 내가 내민 손을 잡았다가 놓아버렸고
그리고 너는 눈 앞의 나를 지워버렸고
마지막으로 너는 나를 가로챘어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8일 간의 휴일이 지나고 느티나무 언덕길을 올라와 시계탑 아래에 서면
죽어 있는 누군가가 보일 거야
아기 예수가 태어난 밤에 나는 너를 저주한다
                                         

  이들은 곧 편지의 '너'가 자신들 여덟 명 각각이며 '나'는 얼마 전 자살한 동급생 김진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들과 같이 생활하게 된 김요한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학교 내의 상황은 급박하게 반전된다. 김요한은 최근 전국적으로 수배되었던 연쇄살인마로, 체포되어 연행되던 도중 경찰차가 교통사고에 휘말리면서 그 속에서 혼자 살아남아 수신고에 오게 된 것이다. 이후 그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겠다며 숙직 선생님을 죽이기에 이른다. 실험의 주제는 '괴물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등장인물 소개: 안타깝게도 실험에 최적이었던, 아름다운 여덟 개의 경계들


무열(백성현)

수신고 최고의 모범생|매뉴얼맨|리더
어렸을 적 어머니가 자신을 구하다가 사망했다.
엄격한 아버지 하에서 답답할 정도로 교과서적인 인물로 자랐다.
책임감과 진중함이 있어 아이들의 리더 역할을 맡는다.

유은성(이솜)

정반대로 바뀐 인격|자해|홍일점
어머니의 바람으로 성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로 인해 예쁨 받는 아이에서 미움 받는 아이로 돌변했다.
인기 많던 퀸카 시절에는 박무열과 사귄 적이 있다.

조영재(김영광)

조염병|강약약강|애정결핍
제멋대로인 훈육 방식의 어머니 아래서 자랐다.
겁이 많고 비열하며 나약하여, 남을 쉽게 공격한다.
과거 유은성을 짝사랑했고 김진수, 양강모, 윤수 등을 괴롭혔다.

양강모(곽정욱)

양찍사|청각장애|인공와우
청각장애로 인해 인공와우 없이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강박적으로 카메라로 주변의 사건을 기록한다.
정적을 견디지 못해 끊임없이 말을 한다.

윤수(이수혁)

대천사 가브리엘|마약|조울증
기숙사를 리모델링해주고 수신고에 입학했다.
기타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혔다.
조증과 울증의 상태를 오가며 수학여행 때 약을 한 적이 있다.

재규(홍종현)

전학생|존재감 제로|편지
김진수의 자살로 공석을 차지하며 수신고로 전학왔다.
전교의 화제인 아이들 중 가장 존재감 없고 평범한 학생이다.
박무열을 따라다니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서 헤맨다.

최치훈(성준)

자폐 천재|전교 1등|브레인 엘리트
선천적 장애로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고 필요한 것만 인지한다.
딱 한번을 제외하고 수신고의 전교 1등을 계속해서 차지했다.
하는 말마다 정곡을 찌르며, 편지의 발신인을 처음 알아낸다.

강미르(김우빈)

학교 최고의 문제아|미친 미르|퇴학 예정
옥상 번지점프를 하는 또라이로 이사장 동상 폭파범으로 몰렸다.
CCTV를 해킹해 비공식적으로 학교에 몰래 남아 지내고 있다.
최치훈의 유일한 라이벌이자, 조영재의 유일한 천적이다.




줄거리 소개: 너무나도 잔인하고 너무나도 지난했던, 팔일 간의 여정

수신고 유일의 휴식 시간인 크리스마스 전후의 8일 간의 방학에, 편지를 받은 일곱 명의 학생들과 방학 숙직 선생님은 학교에 잔류한다. 수십 년만의 폭설로 학교가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상황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정신과 의사 김요한이 학교로 찾아와 구조 후 치료된다. 이어 아이들의 추리로 편지의 내용이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한다. 편지의 글쓴이는 김진수로, 발신인은 알 수 없지만 수신인 각각이 김진수에게 편지에 나타난 각각의 죄를 저지른 것. 한편 유은성이 하얀 눈밭에서 손목을 그은 채 발견된다.

자살을 기도한 유은성은 자신을 걱정하는 박무열에게 가시 돋힌 말을 내뱉고 최치훈은 그런 유은성에게 일침을 날린다. 동시에 점차 아이들 각각의 죄가 세세하게 밝혀진다. 학교에 숨어 있던 강미르는 자신을 이사장 동상 폭파범으로 조작한 것이 조영재라고 생각해 그를 폭행한다. 그러나 이내 진범은 강미르로 인해 콘서트를 망친 윤수로 밝혀지고 윤수의 이야기를 들은 강미르는 윤수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후 학교를 떠나기로 한 강미르는 숙직 선생님에게 걸려 징계방에 갇힌다.

계속해서 증거를 추적하던 박무열과 이재규는 선생님도 편지를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선생님의 비밀을 알고 있는 강미르를 징계방에서 풀어 준다. 양강모의 방에서는 유은성을 촬영한 사진 앨범이 발견되고 그가 유은성을 스토킹해왔던 것이 밝혀진다. 그것을 본 유은성은 발악하고 박무열은 유은성을 걱정하며 호신용 호루라기를 선물한다. 그러나 그날 밤 유은성의 호루라기 소리를 따라간 자리에서는, 숙직 선생님의 시체가 발견된다. 한편 학교를 떠나던 강미르는 산을 타던 중 눈사태를 만나 조난된다.

여러 정황으로 아이들은 양강모를 편지의 발신인이자, 선생님을 죽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최치훈은 이재규가 편지를 보냈음을 알고 그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듣는다. 둘은 양강모를 징계방에 가둬 역으로 보호하고 아이들의 마녀사냥을 멈춘다. 한편 강미르는 눈사태 속에서 암벽 등반을 하던 여자를 만나고, 학교로 돌아가자는 여자의 제안에 응한다. 헬기가 하늘을 지나가고 최치훈이 구조탄을 터트리려는 순간, 김요한이 아픈 몸을 이끌고 옥상으로 올라와 그들에게 경찰 총을 겨누며 제지한다.

아이들이 그의 정체를 눈치채려던 차, 김요한은 총을 들고 나타난다. 김요한은 양강모를 시작으로 개인 심리 상담을 시작하고, 그에게 목이 마른 얼룩말 무리는 강가의 사자가 가장 약한 얼룩말을 잡아먹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최치훈과 박무열을 필두로 아이들은 김요한을 공격할 계획을 세우지만, 인공와우가 고장난 사실을 숨긴 양강모는 귓속말을 듣지 못한다. 계획은 실패하고 대표로 벌을 받을 한 명으로 조영재가 최치훈을 지목하여, 김요한은 최치훈을 데려간다. 총소리가 울려퍼진다.

김요한은 편지의 범인을 찾는 게임을 계속한다. 그 사이 강미르와 여자 오정혜는 학교에 도착하고, 이를 눈치챈 아이들은 강미르에게 구조 신호를 보낸다. 강미르는 문에 전기를 흘려 김요한을 기절시키고 총을 빼앗는다. 강미르는 총알, 박무열은 빈 총을 나눠 갖고, 박무열은 유은성에게 그 총을 건넨다. 이어 박무열과 최치훈은 오정혜의 핸드폰을 빌려 구조 전화를 걸기 위해 산으로 떠난다. 그러나 오정혜는 김요한의 환자이자 스토커로 밝혀지고, 아이들로부터 총알과 총을 빼앗아 김요한을 구한다.

자백하면 발신인을 살려준다는 말에 조영재는 자신이 편지를 보냈다고 거짓 고백한다. 이를 알게 된 이재규는 조영재와 주먹다짐한다. 산에서는 최치훈이 사고를 당하고 박무열은 그를 구해 새 총과 함께 돌아오지만, 김요한과 오정혜에게 제압당한다. 이를 눈치챈 양강모는 오정혜를 유인해 징계방에 가두지만 그 과정에서 인공와우를 잃는다. 이재규는 자신이 발신인이라고 밝히며 대신 죽일 가장 죄 많은 인물로 김진수를 대신한 자신을 꼽는다. 아이들이 김요한을 공격한 순간, 경찰이 학교에 도착한다.

김요한은 경찰과의 협상에서 아이들의 부모를 불러달라고 요청한다. 부모와의 상담 이후 아이들을 완벽히 망가뜨려 한 명씩 풀어주던 중, 홀로 숨어 있던 양강모가 경찰에 CCTV 영상을 전달해 아이들을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병원에서 치료받던 아이들은 김요한이 죽은 숙직 선생님으로 위장했음을 눈치챈다. 김요한의 마지막 전화로 윤수는 자살한다. 박무열의 지휘 하에 아이들은 계획을 꾸며 김요한을 병원 옥상에서 떨어뜨려 죽이는데, 김요한은 죽기 직전 자신이 이겼다며 미소짓는다.




그의 실험: 괴물에 대하여, 그리고 여덟 개의 이야기


하나, 최치훈의 "괴물은 태어나는 걸까, 길러지는 걸까."

(치훈) 저런 괴물은 태어나는 걸까, 길러지는 걸까. 저런 놈들에겐 뭔가 문제가 있을 거 아냐.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예를 들어, 뇌에 문제가 있다거나, 유전적 결함이라거나. 날 때부터 고장이라면, 그건 그 사람 잘못이 아니잖아. 그냥 장애일 뿐이지. 그런 사람을 처벌하는 게, 정당할까? 선천적 고장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진 거라면, 예를 들어... 알콜릭 아버지에 무책임한 엄마 밑에서 자라나서, 범죄 성격이 만들어진 거라면. 그건 그 사람의 책임일까? (요한) 그럼 학생은, 범죄자를 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나? (치훈) 벌은 해야겠죠. 사회라는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하려면. 하지만 저런 식의 도덕적, 감정적 비난이 정당한가 하는 생각을 해본 겁니다. (무열) 정당해. (치훈) 이유는? (무열) 저놈이 뇌에 문제가 있든, 끔찍한 환경에서 자랐든, 살인을 선택한 거야. 그게 죄라는 걸 알면서도. 죄를 선택했다면, 당연히 비난 받아야지. (치훈) 어떤 사람의 뇌에는 절제에 대한 호르몬이..


  천재 소년 치훈은 묻는다. 괴물이 선천적으로 태어나는 경우와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경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어쩌면 선천적으로 감정을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는 그에게 이 질문은, 자신의 삶과도 떼어 놓을 수 없는 질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장애로 인한 범죄는 그 사람의 책임인가? 혹은 환경으로 인한 범죄는 그 사람의 책임인가?

  바른생활 사나이 무열은 답한다. 그것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는 비난 받아야 한다고. 무열은 어릴 적 자신을 구하고 대신 차에 깔려 죽은 어머니의 모성 신화 속에서, 암묵적으로 성숙과 희생을 강요받으며 살아온 아이다. 그런데, 이랬던 무열이 '괴물과 싸우기 위해 괴물이 되어야만 했던' 드라마의 종반부에 어떤 선택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재인의 물음표 1.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요인에 의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사회라는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하려면'을 근거로 처벌받는 것은 정당한가? 그것이 그 사람의 책임이냐는 치훈의 물음이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2. 유전과 환경 등 살인을 선택하게 하는 요인이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나는데도, 그에 대한 처벌이 동일하게 이뤄지는 것은 정당한가? 무열은 그가 결국 살인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지만, 치훈의 입장은 그 살인의 선택조차 모두 다른 배경에서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3. 위와 같은 사항들을 고려할 때, 어떻게 그 사람에 대한 비난이 정당한가? 그리고 과연 그것은 필요하고 유익한가?


둘, 강미르의 "진짜 증오는 아무도 모르게."

 (미르) 잠이 오냐, 잠이! 사람이 어떻게 그르냐? 너한테 편지 보낸 사람 마음을 조금만 더 헤아려 봐. 행간에 담긴 저주에 막 몸을 떨어! 그게 저주받는 사람의 기본 예의다. ...편지, 누가 보낸 것 같냐? (무열) 몰라. (미르) 기본이 안 됐어, 기본이.  (무열) 마찬가지잖아. 누군가가 널 증오해서 폭죽을 훔치고 폭탄을 만들어서, 네가 운동장에 나오는 시간까지 계산해서 동상을 폭파시켰어. 너도 누군줄 모르잖아? (미르) 진심으로 누굴 미워하면 티가 안나긴 해~ 어설프게 미울 때나 싸움도 걸고 욕도 하고 남들이 알아채는 거지. 진짜 증오는 아무도 모르게. 미움 받는 당사자도 모르게.


편지의 발신인을 추적하는 무열에게 미르는 그렇게 말했다. 자체로 의미심장한 그의 말은, 드라마에서 여러 가지를 은유한다. 첫째, 치훈을 증오하는 미르. '미움 받는 당사자도 모르게'라고 읊조리는 그의 눈은, 창밖에서 유유히 눈밭을 거니는 치훈을 향했다. 미르는 대개 웃는 모양이었고, 치훈을 볼 때도 그는 여전했다. 그래서 그 누구도 미르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아마 그가 '진심으로 누굴 미워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미르를 증오하는 수. 미르는 수가 누명을 씌울 만큼 자신을 미워한다는 사실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자신을 미워하는 수의 이야기를 듣고도 한참 후에야 그를 이해했다. 무열에게 증오의 법칙에 대해 일장연설하면서도 그랬다. 미르는 아무도 모르게 누군가를 미워하는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미움받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편지에 담긴 증오. 결국 아이들은 재규가 자백할 때까지 편지의 발신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감정 이입이 아니라 논리적 추론을 통해 범인을 알아낸 치훈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그랬다. 자살한 진수를 대신하여 편지를 직접 보낸 이의 마음조차 아이들은 제대로 헤아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고통의 당사자였던 진수의 증오를 그들은 얼마나 몰랐던 것이며, 모르는 것이며, 모를 것인가? 아이들이 한 입씩 깨물어서 죽인 진수, 아이들에게 떠밀려 스스로를 죽인 진수, 아이들을 향한 증오로 자살한 동급생 진수의 미움을. 아이들이 진수가 죽었는지도 모른 채 죄책감 하나 없이 살아왔다는 사실과, 편지에 담긴 각자의 죄를 찾아내는 데에도 한참이 걸렸다는 사실과, 영원히 몰랐을 진수의 증오가 재규를 통해서야 겨우 전해졌다는 사실은, 다시 생각하면 참 불편하고 잔인하기 그지없다.

  재인의 물음표 1. 애증과 증오는 얼마나 다른 감정인가? 요한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둘 사이에는 얼마만큼의 간격이 있을까? 치훈에게 혹시라도 죽지 말라며 웃던 미르의 모습을, 그리고 숙직 선생님과 치훈의 죽음을 전해듣고 그 최치훈이 죽었냐며 혼란스러워하던 미르의 모습을 생각하며. 2. 미르가 치훈을 증오하는 것과, 전액 장학 스카우티드에서 학교 최고의 문제아로 전락한 미르의 모습은 얼마나 관련이 깊을까? 드라마 속 캐릭터에 관한 진심 가득한 질문.

셋, 유은성의 "정상인 건 뭔데?"

(무열) 좋아. 난 니 가족도 아니고, 더 이상 남자친구도 아니야. 그래도 모른 척 할 수 없어. 너 어딘가 이상해. (은성) 그래. 나 이상해, 정상 아니거든. 정상인 건 뭔데? 윤수 조영재 양강모, 걔들은 뭐 정상이야? 불우한 이웃한테 관심 쏟고 싶거든 그쪽부터 알아봐. 아니지, 거울 봐. 니 그 충만한 죄책감도 정상은 아니거든. 니가 손목긋고 쓰러졌다 해도 다들 속으로 납득할거야. 아, 엄마 대신 살아난 아이. 결국 스스로 죽었구나, 그럴 걸. (치훈) 그럼 너도 징징대지마. 시끄럽게 징징대면서, 쳐다보지 말라는 게 말이 되냐? 어차피 니 목숨이니까 니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민폐잖아 옆에 사람한테. 정말 죽고싶다면 아무도 없을 때 해. 조용히. (무열) 최치훈! (은성) 알았어. 학교에서는 안 죽을게. 됐지?


  존경하던 어머니의 부정 이후 죽음을 동경하게 된 은성. 그는 자해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는 리스트컷 환자로, 요한의 최면으로 손목을 깊게 그어 자살 시도를 하게 된다. 그를 걱정하며 은성이 정상이 아니라고 말하는 무열에게, 은성은 반문한다. 정상인 건 뭐냐고. 약에 취해 몽롱한 눈빛을 하고 귀신 환영에 시달리는 수는, 매일 악몽을 꾸고 방어 심리에 남을 해치는 영재는, 자신의 장애에 스스로가 가장 강박적인 강모는, 그리고 너, 무열은 정상이냐고. 이들 중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인가? 리스트컷 환자인 은성은, 자살과 죽음을 동경하는 소녀는 정상이 아닌가? 다시 말해, 정신병 환자는 정상이 아닌가?

  재인의 물음표 1. 괴물이 정상과 반대되는 비정상의 의미라면, 과연 누가 괴물을 비난할 수 있는가? 정상과 비정상, 괴물이 아님과 괴물임을 애초에 누구도 판가름할 수 없다면 말이다. 2. 자살은 '니 목숨이니까 니가 알아서 할 일'인가? 3. 시끄럽게 징징대는 것은, 아무도 없을 때 제대로 완수하지 못한 자살은 '민폐'인가?

넷, 양강모의 "장애란 건 그런 거예요."

(강모) 장애란 건 그런 거예요. 남들한텐 아무것도 아닌데, 나 혼자 필사적인 거. (요한) 그래서, 그때 카우벨을 울렸나? (강모) 모르겠어요. 너무 오래돼서. (요한) 동물 다큐 좋아하나? 아프리카 초원에 비가 오지 않을 때, 수만 마리의 얼룩말이 강가로 모여들어. 그 강에는 사자가 기다리고 있지. 수많은 얼룩말들 중에서, 사자가 노리는 건 한 마리야. 가장 약한 한 마리. 다쳤거나, 어미에게서 떨어진 새끼. 그런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건 사자뿐만이 아니야. 얼룩말들도 마찬가지지. 어차피 희생자가 나온다면 빨리 나오기를, 그래야 물을 마실 수 있으니까. 만약에 말이야, 자네가 그 다친 얼룩말이야. 근데 아직 아무도 몰라. 사자도, 다른 얼룩말들도. 그때 자넨, 어떻게 하겠나? (강모) 왜, 그런 걸 묻는 거죠? (요한) 사자가 기다리는 강가, 그리고 지금 이 상황. 비슷하지 않아?



  요한은 아이들에게 편지의 발신인을 찾아내는 게임을 제안한다. 아이들이 발신인을 찾아낼 경우 발신인을 벌하고, 요한이 발신인을 찾아낼 경우 수신인 중 가장 죄 많은 사람을 벌하고, 시간 안에 아무도 발신인을 밝혀내지 못할 경우 요한이 지는 것이 게임의 룰이다. 그러면서 요한은 사실상 이 게임은 고백, 자백과 신뢰에 달렸다고 말한다. 발신인은 아이들이 자신을 고발하거나 다른 누군가가 거짓 고백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아이들은 발신인이 자백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라고.

  그러나 이미 한번 편지의 발신인으로 마녀사냥을 당했던 강모에게는, 아이들이 자신을 거짓으로 고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턱없이 부족했다. 때마침 강모의 인공와우는 고장나고, 요한은 강모에게 사자와 얼룩말 이야기를 속삭인다. 이에 강모는 인공와우의 고장을 아이들에게 숨긴다. 이로 인해 요한의 총을 뺏으려는 계획이 실패하게 된다. 영재는 강모에게 주먹질하고, 무열은 강모에게 묻는다. “왜 말 안했냐.” 그러나 누가 강모를 욕할 수 있겠는가? 이 얄팍한 신뢰는 누구의 탓인가? 가장 약한 얼룩말?

  재인의 물음표 1. 사자가 기다리는 강가, 당신이 목이 마른 얼룩말이라면 가장 약한 얼룩말이 나오기를 바라지 않을 수 있는가? 강모의 인공와우가 고장난 사실을 알았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2. 당신이 가장 약한 얼룩말, 강모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자신을 잡기 위해 무기를 들었던 아이들에게 인공와우가 고장난 사실을 알릴 수 있는가?


다섯, 조영재의 "나는, 어디가 잘못된 걸까요?"

(영재) 내가 상담 신청을 했다구요? (요한) 날 봤잖아. (영재) 말도 안 돼. (요한)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해 봐. 내가 잘못 본 건가? 나한테 할 얘기가 있는 줄 알았는데. (영재) 할 얘기... 뭐요. (요한) 난 마술사가 아냐. 임상 심리사지. 자네가 얘기하지 않는 한, 아무것도 몰라. 뭐, 내가 잘못 봤을지도 모르지. 할 얘기 없으면, 그만 끝낼까? 영재군? (영재) 나는, 어디가 잘못된 걸까요? 내 어디가 나쁜 걸까요? (요한) 자넨 나쁘지 않아. 다만 약할 뿐이지. 자네가 얼마나 약한지 안다면, 아무도 자넬 미워할 수 없을 텐데. (영재) ...그 편지... 내가 보냈어요. 나랑 똑같으면서, 지들만 깨끗한 척, 아무 잘못도 없는 척, 박무열, 유은성, 최치훈! 걔네들 모두 다, 지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편지를... 보냈어요.



  영재는 아이들 중 가장 약하고, 그래서 가장 센 척을 하는 아이다. 그래서 폭력을 일삼는 영재이지만 오히려 모두들 영재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우습고 가엾게 여기는 듯하다. 자기 방어 심리에 매몰된 영재는 조금이라도 자신을 공격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대신 그를 돌려 타인을 공격하고 미움받는 데 익숙하다. 드라마 내내 문제 해결에 도움이라고는 되지 않는, 그야말로 짜증 유발 캐릭터지만 그의 속사정을 듣는 순간만은 애잔한 심정이 된다. 일관되게 미움받는 것이 익숙해서 미움받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하다는, 자기의 망가진 부분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듯한 고백.

  나는 뭐가 문제냐는 그의 힘없는 물음에 요한은 자넨 나쁜 것이 아니라 약한 것이라고, 그리고 살기 위한 모든 짓은 정당한 것이라고 답한다. 한번도 위로 받은 적도, 용서 받은 적도 없던 이 연약한 영혼은 그 말에 가냘픈 눈으로 요한을 응시한다. 그리고는 거짓 고백한다. 자신이 편지를 보냈노라고.

  알에서 깨어난 생명은 그가 처음 본 것에 집착한다. 요한의 맹목적인 무기이자 스토커 정혜가 그랬다. 그런데 어쩌면 그때, 영재의 눈빛은 정혜가 처음 눈을 떴을 때의 그것과 비슷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영재가 괴물이 되기 위한 첫 메시지는 바로 첫 위로, 첫 용서가 아니었을까.

  재인의 물음표 1. 연약함으로 인해 저질러지는 죄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그렇다고 답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누구의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면, 마찬가지로 그것은 연약한 사람의 책임인가? 즉, 연약함은 책임져야 할 죄악인가? 2. 앞선 치훈의 질문과 연결한다면, 가정 환경으로 인해 비뚤어진 영재의 행동들은 비난의 대상인가? 아니라면 나를 비롯한 드라마의 시청자들은 어떤 자격으로 영재의 캐릭터를 도덕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비난할까?


여섯, 이재규의 "난 아니야, 난 아니라고!"

(영재) 까지마 이 새끼야, 니가 죽을래 딴놈 죽일래, 둘 중 하나라면, 너도 딴놈 가리킬 걸? 아니야? (재규) 안 그래... (영재) 뭐? (재규) 난 아니야, 난 아니라고! 난 니가 아니야, 난 안 그래. 난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편지의 발신인인 재규는 고백한다. “비밀을 가지고 있는다는 게 생각보다 힘든 건가봐, 그래서 남들보다 먼저 지친 것 같아.” 아이들을 위해 힘들게 지켜낸 비밀이 무색하게 거짓 자백을 한 영재가, 재규의 알을 깨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에 차분하고 순진하던 재규는 돌변하여 배신자 영재에게 무자비한 매질을 한다.

  결국 난 너처럼 자신을 위해 타인을 배신하지 않는다던 재규의 매질은 아이러니하게도 영재를 향했다. 재규 역시 자신의 분노와 절망, 배신감을 해소하기 위해 타인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쓰러진 영재에게 열수기를 던지려던 재규는 연결된 전선에 멈칫하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다 이내 쓰러진다.

  재인의 물음표 1. 영재를 향한 재규의 폭력은 정당한가? 피범벅이 된 재규의 얼굴에 가지는 애착이 강하기 때문에 던지는 질문. 2. 어떤 분노, 어떤 절망, 어떤 폭력은 긍정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어떤 것들이 그러한가?

일곱, 윤수의 "알이 깨지려고 해..."

(요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술래잡기는 끝났나? (윤수) 왜 거짓말했냐고? 나 대신, 널 안아줬으니까. 난 네가 되고 싶었나 봐. (경찰) 조금 전에, 윤수 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 한 쪽 얼굴에 파란 물감을 칠한 채. 아버지의 사냥총으로. 죽기 전에 짧은 유서를 남겼는데. (윤수) 알이, 깨지려고 해. (경찰)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나?



  구석괴물의 정체는 수의 어릴 적 가정부인 선희 이모의 친아들이다. 그를 부러워한 수는 선희 이모가 자신을 납치한 것이라고 위증한다. 다시금 나타난 구석괴물에게, 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왜 거짓말했냐고? 선희 이모가 나 대신 널 안아줬으니까.” 그런데 이는 선희 이모에 관한 수 어머니의 말과도 닮았다. “왜 해고했냐고? 니가 그 여잘 엄만 줄 알았으니까. 네가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그 여자 가슴에 달아 줬으니까.”

  구석괴물과의 처음이자 마지막 대화 이후, 수는 ‘알이 깨지려고’ 한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에게 구석괴물은 트라우마이자 그의 삶에 뿌리깊게 박혀 있던 죄의식, 괴물이 되는 주문이었던 셈이다.

  재인의 물음표 1. 선희 이모가 자신을 유괴했다고 거짓말한 순간, 수는 선희 이모의 가정을 망가뜨리는 죄를 지은 셈이다. 그때 수는 괴물이었을까? 2. 대여섯 살 아이도 괴물이 될 수 있을까? 몇 살의 아이부터 우리는 괴물로 규정할 수 있을까? 3. 아이들은 수가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자살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결국 죽음인 것일까?


여덟, 박무열의 "아뇨. 아무 말 없었어요."

(경찰) 그때, 옥상에서 있었던 일, 다시 한번 말해주겠나. (재규) 그날, 복도에서 커피를 뽑고 있는데, 김요한 비슷한 남자가 옥상으로 가는 게 보였어요. (영재) 옆에 있던 강미르랑, 뒤쫓아 갔는데... (미르) 내가 도착했을 땐, 놈이 유은성에게 칼을 들이대고 있었어요. (은성) 난 그때, 엄마랑 싸우고 너무 답답해서 옥상에 올라갔는데, 뒤에 갑자기 놈이 나타났어요. (강모) 놈이 나보고, 옥상 문을 잠그라고 했어요. (치훈)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그 의사가 잠깐 딴 데를 보는 순간, 박무열이 달려들었어요. (무열) 놈의 몸이 붕... 뜨더니, 밑으로 떨어졌어요. 그 다음에, 경찰이 들어왔구요. (경찰) 전혀... 손 쓸 틈 없이? (무열) 예. (경찰) 혹시, 김요한이 죽기 전에, 뭔가 말하지 않았나? (무열) 아뇨. 아무 말 없었어요.



  아이들은 경찰에 잡히지 않은 요한을 직접 벌하기 위해 모인다. 옥상에서 요한을 떨어뜨려 죽이고 입을 맞춰 진술한다. 그리고 이 치밀함과 영악함 가운데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죄는 죄요 악은 악이고, 그를 저지른 이는 괴물이고 악마라던 무열이 있었다. 왼쪽으로 기울여 앉은 후에는 반드시 오른쪽으로 앉아야 하고, 고무줄은 팽팽하게 당길수록 멀리 날아간다던 요한의 말이, 무열에게는 결국 들어맞았다. 괴물이 태어나는 거든 만들어지는 거든 더럽고 나쁜 건 요한뿐이라는 은성의 말과 달리, 아이들은 스스로 괴물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난간에 매달린 요한은, 자신이 이겼다며 웃을 수 있었을 것이다.

  재인의 물음표 1. 국가 사법 시스템에 의한 처벌이 아닌, 아이들에 의한 직접 살인은 정당한가? 우리는 요한의 죽음에, 아이들의 살인에 통쾌해해도 되는가? 또다른 범죄자의 편을 들어도 되는가? 2. 요한을 떨어뜨리는 데 직접 가담하지 않은 은성과 치훈, 미르의 알은 부화했을까? 그들의 괴물이 깨어나거나 깨어나지 않았다고 볼 여지는 어디에 있을까?

여태껏 완주한 드라마 개수를 손에 꼽는 나로서는,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드라마는 <화이트크리스마스>가 유일하다. 꽤나 견고하고 까다로운 내 '취향의 담벼락'을 완전히 개박살내고 들어온, 단 하나의 추리스릴러 장르 작품이기도 하다. 감독 DVD와 작가 대본을 소장하고 있고, 전편 정주행만 다섯 번은 족히 넘는다. 어떤 장면과 대사는 매번 추억처럼 낯익은 얼굴로 살아돌아오지만, 다시 볼 때마다 늘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이 있었다. 신선하고 재치있는 장치들과 늘 한결같은 충격을 주는 질문들이 그랬다.

  그래서 나에게 <화이트크리스마스>는, 반드시 발자국을 남겨야만 했던 희고 차갑고 또 따뜻한 눈이었다. 언제라도 그게 자연스런 순리라는 듯이 더럽혀지는, 아름답기 때문에 위태로운 눈과 같은 영혼들. 그러나 폭설이 배경이었던 이 드라마의 세상 속에서는, 피로 더럽혀진 눈밭 위로 끊임없이 순백색의 눈발이 휘날렸을 것이다. 결국 너는 매순간 죄인이로되, 너의 죄를 매순간 사하노라, 하는 것 같이. 마치 우리 안의 더럽혀지지 않는 부분을 어떻게든 믿어야 했다는 어느 작가의 말과 닮은.

  강모가 지독하게 자신을 괴롭힌 영재를 버리고서 도망가지 못했듯이, 무열이 비명을 지르며 자신이 애증하는 치훈을 구해냈듯이, 영재가 거짓을 고백한 날 밤 눈물을 글썽이며 괴로워했듯이, 재규가 가장 죄 많은 사람으로 자기 자신을 꼽았듯이, 알이 깨어나려고 하던 순간 윤수가 차라리 죽음을 택했듯이. 그러니까, 이 드라마 속 여러 번의 기로에서 아이들이 그랬듯이. 영혼 위로 새 눈이 계속 쌓이고 있었다.

  이제 글을 마치며 나에게, 그리고 당신들께 묻는다. 괴물은 태어납니까, 아니면 만들어집니까?

  아니, 그대 안의 괴물은 안녕하십니까? 괴물이 알에서 깨어났습니까?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하고.

2018.07.
在人, 談


사진 출처_
KBS 드라마 스페셜 홈페이지
드라마 <화이트크리스마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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