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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 Aug 07. 2018

[두부]달콤살벌을 넘은 달콤'섬뜩'의 그녀들, 레드벨벳

무대에 올라 멋지게 꾸민 모습으로 화려한 퍼포먼스와 노래를 보여주는 아이돌들을 볼 때면, 정말 예쁘고 멋져서 한없이 감탄하다가도 그들의 메세지의 '별거 없음'에 실망할 때가 잦았다. '너는 내 것이다'라는 류의 사랑 이야기 혹은 '내가 제일 잘 나가' 등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만을 강조하는 천편일률적 노래들의 홍수 속에서, 각각은 퍼포먼스적으로, 또는 독특한 멜로디 구성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그 중에서 꽤나 괜찮은 곡들이 있고 멋진 무대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실, 정말 진정성 있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다가오는 노래들 혹은 정성 들여 생각해낸 그들만의 이야기와 컨셉을 담은 노래들일 것이다. 레드벨벳은 이 중 후자에 속한다.

레드벨벳은 예쁘다. 컨셉이니 뭐니 해도 사실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그들의 빼어난 미모일 것이다. SM의 꽤 오랜만의 여자아이돌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듯 멤버 다섯 명이 하나하나 매우 예쁘다. 독특한 컨셉으로 굳이 접근하지 않아도, 그들 외모가 대중에게 강력한 설득력으로 작용해 무난하게 성공할 수 있었던 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렇게 안주하지 않았다.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냈고, 자신들을 그 이야기에 최대한 이입시키는 모습을 뮤직비디오로 계속 보여주며 더 큰 매력을 만들어냈다. 레드벨벳의 노래들은 이들의 이름에서 따온 '레드' 컨셉(발랄하고 톡톡 튀는 밝은 느낌의 컨셉)과 '벨벳' 컨셉(벨벳처럼 부드럽고 일면 어두울 수도, 차분할 수도 있는 컨셉)으로 둘로 나뉜다. 이렇게 양분된 그들의 음악들은 사실 대부분 두 컨셉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벨벳 컨셉이 강해지면 대중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들의 이런 양면성을 사랑하는 팬은 나뿐만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예쁘고 밝지만, 어딘가 섬뜩한, 즉 '레드'+'벨벳'이라는 그들의 그룹명은 그들이 지금까지 몇년에 걸쳐 쌓아온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들의 노래가사는 다른 아이돌들과 별반 다를바 없어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들의 가사는 직관적이지만 직관적이지 않고, 주어와 목적어를 상상할 수 있게 해주고, 또 각자의 상상의 근거를 나름대로 뮤직비디오와 무대를 통해 확인시켜준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안방순이 팬 두부의 상상과 함께 몇개의 노래를 살펴보며 그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제멋대로 상상해보자.

Ice Cream Cake (The 1st Mini Album 'Ice Cream Cake', 2015)


완전한 레드 버전의 데뷔곡 '행복 (Happiness)'에서 이들은 분명 발랄한 십대 후반~ 이십대 후반의 소녀들이었다. 두번째 싱글 'Be Natural'을 통해 가볍게 벨벳 버전의 그들을 만나볼 수 있었지만, S.E.S의 노래를 리메이크했다는 점 때문인지 진정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다음에 나온 이 노래는 더욱 특별했다. 레드벨벳에 대해 우리 모두 거의 무지한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레드벨벳이다!'라는 생각은 모두가 했으리라. 새 멤버 예리가 처음으로 참여한 노래이니만큼, 뮤직비디오에도 '환영'의 의미가 들어갔다고 일반적으로 해석이 되고는 한다. <벨벳 뱀파이어>라는 예전 뱀파이어 영화를 오마주한 듯한 흔적은 여러 장면에서 포착되며,  따라서 이 뮤직 비디오 속에서 그들은 뱀파이어다(푸른 눈으로 이를 표시하는 듯하다). 기존의 멤버들은 이 뮤직비디오를 통해 인간이었던 예리(혼자만 검은 눈동자다)를 '레드벨벳화(化)'하는 나름대로의 환영식을 보여준다.


어서요 부드런 그 맛 Ice Cream Cake
오직 널 기다리며 촛불을 켜둘게요
따스한 맘에 Ice Cream Cake
녹아버리기 전에 내게 입맞춰줘요
It's so tasty Come and chase me
네 입술이 달콤하게 녹아요 나는 눈을 감아요

달콤한 그 맛 Ice Cream Cake
특별해질 오늘에 어울리는 맛으로
입가에 묻은 Ice Cream에
네 가슴 두근거려 내게 다가 오겠죠
It's so tasty Come and chase me
못 참겠어
I scream You scream Gimme that Gimme that Ice Cream X2
I scream You scream Gimme that Gimme that your lips


얼핏보면 마냥 사랑 노래다. 그렇지만 후렴구에서 ‘Ice Cream’이라는 단어를 ‘I Scream, You Scream’으로 변주한 것은 또다른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서로에게 큰 소리로 외치는 것까지는 어느정도 일반적으로 볼 수 있다. 그렇디만 비명을 지르는 것을 의미하는 'scream'이라는 동사의 사용은 굉장히 의미심장하다. 뮤비와 연결해서 화자가 뱀파이어라면?하는 상상은 전혀 무리가 아니다. 더불어 도입부와 중간 간주 부분에 나오는 합창인 'La La La La La'는 이 노래의 몽환미를 한층 더한다. 밝은데, 어딘가 섬뜩한.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멜로디로 이 노래에 '위험한 매력'을 덧칠한 것이다.



Bad Boy (The Perfect Red Velvet - The 2nd Album Repackage, 2018)


이들이 뱀파이어라고 예측되는 노래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가장 최근인 지난 1월에 나온 노래인 'Bad Boy'다. 막내 멤버인 예리가 성인이 되고 나서 바로 나온 노래로, 이제까지 찾아보지 못했던 그들의 섹시미를 아주 대놓고(!) 분출하는 그런 노래였다. 쇼케이스에서 교복을 입고 망사스타킹을 신은 그들의 모습에 나는 거부감마저 느꼈었다. 그렇지만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많은 팬들의 피드백 때문이었는지 그들은 더이상 무대에서 교복을 연상시키거나 교복을 리폼한 옷들은 입지 않았고, 조금 더 '으른 섹시'를 보여주며 다시 한 번 리즈를 갱신했다.

이 노래의 티저영상에는 진한 빨간색의 액체가 그들의 로고 위로 흘러내리는 듯한 이미지와, 제목과 그들의 이름을 쓴 글씨체 또한 무언가 흐르는 느낌을 주며 자연스럽게 피를 연상시켰다. 뮤직비디오의 초반에서 조이와 예리는 케이크를 먹으며 입 위에 케이크에 묻어있던 시럽을 잔뜩 묻히고 있는데(잔뜩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만큼 매혹적이고 섹시하게 묻힌다), 그 시럽의 색이 갈색과 붉은빛이라 또다시 한 번 피를 연상시킨다. 슬기가 조이에게 읽어주는 책에는 입술자국과 함께 불어로 '이것은 입술이 아니다'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미술 작품을 패러디한 것으로 다시 한 번 '붉은빛'에 집중할 것을 강조하는 듯하다. 이 책은 다음 장면에서 알 수 있듯 이불 속에서 타이핑하는 예리가 쓴 책으로,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이다.


홀린 듯 날 따라와
모두 환호해 너도 곧 Ooh ooh
Oh eh oh eh oh
아닌 척해도 넌 Ooh ooh
Oh eh oh eh oh
한 번 내기를 해볼까
너무 쉽겐 오지 마
재미없잖아 거기서 Ooh ooh
Oh eh oh eh oh
밀고 당겨볼까 Ooh ooh
Oh eh oh eh oh
시작할게 Bad boy down
Whoa whoa
지금부터 Bad boy down
Whoa whoa


제목인 'Bad Boy'는 오직 생물학적 남자 혹은 그들이 매력을 느끼는 이성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자신들에게 흥미를 느끼는, 그리고 자신들도 끌리는 그런 상대를 바라볼 때 어르고 달래는 식으로 지칭하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더불어 애초에 그녀들은 사랑을 구걸한 적이 없었다. 그저 마음에 든다고 당당하게 밝히고 자신들의 매력으로 끌어당겼을 뿐. 이에 수긍할 수밖에 없게 한없이 매혹적이라는 점에서 그들은 스크린 속에 등장하는 뱀파이어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다음편의 노래들이 예상되시는지?
(2)에서 더욱 많은 레드벨벳의 매력을 확인해보자.



더운 날에 서늘한 그들을 기다리며.
두부 담.



사진 출처 뮤직비디오, 멜론뮤직
뮤직비디오 해석 참조 유투브 해군수달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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