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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 Aug 18. 2018

[재인] 불가항력, 너는 나 나는 너 MV

궁금한 게 있어요
불가항력, 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
문득, '빠지다'라는 단어를 사전에 검색해 봤어요. 그걸 설명하는 말들은 이래요. 잠기다, 놓이다, 넘어가다, 들게 되다. 그러니까 온통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 하는 게 아니라 되고 받고 당하는 일들. 그러니까 이 동사를, 우리는 불가항력의 유의어로 생각해도 되는 걸까요?
그런데 그 단어의 마지막 뜻풀이는 이래요. 무엇에 정신이 아주 쏠리어 헤어나지 못하다. 그리고 이때 등장하는 예문은 단 여섯 글자. 왠지 알 것 같지 않으세요? 간지러운 그 말 말이에요. 오늘 저는 그것, 그것의 불가항력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어요.

Soulmate

FALL in love
분명, 당신도 그런 적 있을 거예요. 최소한 전 그렇게 생각해요. 영화나 드라마에나 있는 일 아니냐구요? 아니요, 저는 지금 첫눈에 반하는 일을 말하는 게 아니거든요. 저는 그냥, 우리가 부대끼며 살아가는 매일이, 억지로 다듬고 맞추고 노력하는 지금도, 늘 사랑에 빠지는 중이라고 생각했어요.
지나가듯 받은 쪽지와 비타민, 무심히 먹고 남은 껍질을 왠지, 버릴 수 없을 때. 온 힘을 다해 원망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아픈 손가락이 되었을 때. 유달리 아껴본 적도 없는 그냥 아는 누군가가 어느 새벽 민망할 정도로 보고 싶을 때. 그런 적 없이 사랑했구나, 느꼈기 때문이에요.



마음이 같다면 둘은 서로가

그런데 그 불가항력이, 서로일 때 있잖아요. 자의든 타의든, 노력의 산물이든 우연의 일치든. 마음이 같다면 둘은 서로가 될 것이라는, 노래를 아세요? 불가항력이라는, 그러니까 사랑이라는 마음이 같으면 우리는 서로가 돼요. 그 뮤직비디오는 노래 제목과 가사에 충실해요. 두 사람의 마음이 같아지는 나른한 3분 30초의 템포를 그려내고 있거든요. 화려하게 번쩍이는 주황 그리고 파랑 색감부터, 필연적으로 파스슷 꺼져야만 했던 백열전구까지.

MV는 편의점 알바 호정과 손님 지코의 네 차례에 걸친 만남을 보여줘요. 첫 번째부터 네 번째까지 둘은 모두 같은 의상, 같은 소품을 걸치고 있어요. 첫 번째와 두 번째 만남에서 호정은 자신의 도플갱어 혹은 데칼코마니 같은 지코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쳐다봐요.

세 번째 만남 즈음 호정은 주위를 맴도는 지코가 자신과 닮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가 편의점에 오는 열두 시 즈음을 기다리는 자신마저 발견해요. 그래서 네 번째 만남에서 호정은, 자신과 같은 손가락을 다친 지코와 꺼진 전구 아래 등을 기대고 팔을 맞대게 되는 거죠.

그렇게 이 뮤직비디오는 두 사람의 ‘너는 나 나는 너’, 자체를 시각물로 완벽하게 구현해냈어요. 그리고 그건 저에게 불가항력에 대한 완전한 설득이었어요.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감각적으로 담아냈다는 것만으로도 말이에요.


불가항력의 시간 : 눈빛

좀 더 이야기할까요? 저는 이들의 눈빛을 불가항력의 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눈빛이 매력적이라는 건, 단숨에 누군가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찰나, 순간, 경각, 삽시. 눈빛으로만 통하는 것들이 있어요. 저는 그것이 시간이라는 축에 연속적으로 쌓이면, 불가항력이라는 그래프가 그려진다고 믿어요. 불가항력의 최초는 눈빛이라고요. 여담이지만, 저는 오래 봐온 친구일수록 더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사람이거든요.
직접 뮤직비디오를 보시면 알 거예요. 이들의 눈빛이 얼마나 어떻게 사랑스러운지, 이들은 왜 서로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눈빛을 닮은 것들
지코 <Soulmate> MV -빨간 체리 두 알, 검지와 중지의 인사, 그리고 두 쌍의 소울메이트.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빅뱅 뮤비 중 지드래곤의, 집요하고 나른하게 턱 괸 응시.
‘우린 하나라고 떠들고 다닐 때만 해도 너는 너고 나는 나라는 게 이렇게도 명확해질 지 몰랐’다는 개코의 랩, 하프 문.


불가항력의 공간 : 손끝

한편, 최초의 불가항력을 공간으로 표현한다면 그건 손끝, 그 사이의 거리가 아닐까도 생각해봤어요. 둘 사이의 심리적 거리가 미지수 엑스이고, 물리적 거리가 함수로 표현된다면 말이에요. 리미트 엑스가 무한으로 갈 때 극한값은 손끝일 것이다, 라고요. 그것은 필연적으로, 우선적으로 가까울 수밖에 없는 사이니까요. 고작 손끝일 뿐이라고 말하지 말아요. 모든 불가항력은 손끝을 스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편의점의 이들도 그랬어요. 무언가를 교환하기 위해 가까워야만 했던 손, 그 손이 반복되면서 점차 가까워진 그들의 불가항력이요.

손끝을 닮은 것들
지코 <She’s Baby> MV -아기 다루듯 대하는 것, 간접적으로 전이되는 마음.
모든 마음을 줄 순 없지만 반딧불을 가까이 드린다는 애틋하고 담백한 밤편지, 아이유.
톰보이의 절규 ‘사랑을 응원해’.



Romance
담쟁이를 시작하며 적은 짧은 글이 있어요. 나는 언제나, 하고 싶었어요. 낭만, 사랑. 그렇게 적었더라구요. 로맨스라는 말을 번역한다면 무엇이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나 싶어요. 글을 마치면서, 로맨스는 불가항력, 이라고 적고 싶어요. 마치 우리의 삶이 피할 수 없이 늘 사랑에 빠지는 중인 것처럼, 로맨스는 그렇게 모든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는 불가항력이라고요.
가끔 너무 힘들다면, 꼭 누군가는 울고 아프고 그리워야 하는 로맨스 소설을 떠올려 주세요. 버려진 신발 한 짝에도 눈물이 나는 것은 우리가 우리의 모든 삶을 너무 사랑해서 그런 것이라고.

she’s baby

다시 묻고 싶어요
불가항력, 을 겪어본 적 있나요?
-
혹시 지금 당신이 그 한가운데를 거닐고 있다면, 그러니까 아주 끔찍하게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다면, 당신에게 전해주고 싶은 야속한 노랫말이 있어요. ‘어쩔 수 없어요, 결국 당신 마음의 문제이니까.’
내가 아닌 당신의 문제라는 뜻일 수도 있고, 어쩌면 당신이 아닌 당신 마음에 달린 문제라는 뜻일지도 몰라요. 우리 마음은 불가항력이어서,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는 일에 너무 많이 자책하지 않도록, 푸른 비디오를 한 편 선물해요. 우리가 늘 사랑에 빠지고 있음을, 지금조차 무언갈 사랑하는 중임을, 그리고 누군가 당신이라는 불가항력을 겪고 있는 중이라는 걸, 기억해 줬으면 해요.

당신들의 불가항력을 응원하며

2018.08.
在人, 談.

사진 출처_<너는 나 나는 너>, <Soulmate>, <She’s Baby> 앨범 커버 및 뮤비 캡쳐
영상 출처_<너는 나 나는 너> 뮤직비디오,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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