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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쟁이 Sep 28. 2018

[유월]트로이 시반, 우리들의 진정한 천국을 바라며.

트로이 시반과, 그의 앨범 blue neighbourhood.

                                                                                                        

위태로운 것들을 동경한다. 지금껏 적어도 내가 ‘아름답다’ 혹은, ‘빛난다’라고 여겼던 것들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아슬하고 바드러웠다. 높은 매대에 진열되어있던 유리 인형, 바싹 말린 안개꽃, 지난밤을 기다려주지 못한 벚꽃, 고독에 갇힌 예술가, 단편소설의 마지막 문단과 같은. 감히 예상하건대, 단단하면서 빛나는 것들은 흔치 않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그의 첫 정규 앨범 [blue neighbourhood]가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여기저기 그의 라이브 영상이 돌아다니고 있었을 무렵이었다. 투명하게 안이 비치는 듯한 눈동자, 작은 손짓과 몸짓, 물기를 가득 머금은 목소리, 그럼에도 메마른 듯한 멜로디. 그중 무엇이 그를 위태롭게 보이게 했는지 몰라도 나는 그가 참 위태롭다, 그래서 참 빛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는 마치 줄을 타는 곡예사처럼 아슬아슬한 노래를 불렀고 곧 나는 감사하게도 트로이 시반이라는 한 소년과 그의 앨범 [Blue Neighbourhood]을 만났다. 그리고 곧 놀랍게도, 위태로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그가 만드는 세계는 반대로 결코 위태롭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나는 내가 처음으로 만난, 빛남에도 결코 위태롭진 않은 것, 즉 그의 세계를 당신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트로이 시반(Troye Sivan Mellet), 개인적으로 파란색을 닮아있다고 생각하는 이 소년은, 남아공 출생, 호주의 싱어송라이터다. 그는 조금 특이하게 데뷔 전 유튜버로 활동하며 직접 부른 커버 영상부터 시작해 그의 일상과 생각들을 업로드하며 꽤나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2013년,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커밍아웃을 하고, 그로부터 3년 뒤 첫 정규 앨범 [Blue neighbourhood]를 발매하며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다. 누군가는 그의 인기를 독특하고 퇴폐적인 목소리, 혹은 그의 소년 같은 외모의 덕으로 돌리기도 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그의 가장 큰 매력은 위태로운 목소리로 노래하면서도 단단하게 숨기고 있는 그의 세계가 아닐까 한다. 

나는 이번에도, 이 작은 담쟁이의 손을 빌려 (그리고 조금의 사심을 더해) 한번 더 내가 사랑하는 한 사람의 세계를 이곳에 그려내 보고자 한다. 



Hi, my name is Troye!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XV4U53mGeE4


"I'm still gonna make same video,

I'm still the same Troye,

This is just some new information about Troye."



                                                                                                          

트로이 시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유튜버로서의 트로이를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이미 몇 장의 '대단한' 앨범을 발매한 라이징 스타라고 하더라도, 그가 이곳에 업로드했던 수많은 생각들이 트로이의 세계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도, 그리고 그의 세계를 이해하게 된 것도 모두 조금은 일상적인 이러한 영상들로부터였다. 위 첨부된 영상은 내가 처음 접한 그의 커밍아웃 영상이다. 2013년 8월 7일, 그가 겨우 18살이었을 무렵 소년은 이야기한다. "안녕, 나는 트로이고, 이건 그저 나에 대한 새로운 정보야."

이것이 자신의 모든 걸 바꿔 놓을 수 있지만, 그러면 안 되기 때문에 이 영상을 찍었다는 트로이에게 난 조금은 질투 같은 감정을 느꼈는데, 고작 18살의 소년이 자신의 세계를 이렇게 당당하게 내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숨기고 싶었던 내 삶의 어떤 부분들이 그저 나에 대한 수많은 정보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사실 우리가 단단해지는 법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미' 단단했을 스스로를 인정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보라색 네일아트를 자랑하며 3단 무지개 케이크를 만드는 트로이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아래의 유튜브 주소를 참고하길 바란다!
https://www.youtube.com/user/TroyeSivan18



Blue Neighbourhood


                                                                                                      

그를 단숨에 스타덤에 올린 앨범이자, 그의 정규 데뷔 앨범이기도 한 [Blue Neighbourhood]는 트로이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가득 담은 16개의 곡으로 채워져있다. 처음 앨범을 접했을 때의 느낌은 참 '파랗다'였다. 앨범 타이틀의 'blue'에서 느껴지기도 하는 이 파랑은, 우울하고 차가우면서도 신비롭고 순수한, 혹은 시원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여러모로 몽환적인 이 색은 그의 앨범과, 그 자신을 나타내는데 적절한 요소가 아니었나 한다. 트로이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커밍아웃을 하기 전 살던 작은 동네에서 항상 갇혀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자기가 살던 그곳을 사랑하면서도 항상 떠나고 싶었고, 그때 직면한 감정과 경험들을 blue neighbourhood라는 앨범 속에 담았다고 말했다.

이 앨범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수록곡 3개로 만들어진 뮤직비디오 연작이다. <WILD>, <FOOLS>, <TALK ME DOWN>, 이 세 곡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스토리를 만들어가는데. <WILD>에선 어린 두 소년의 우정, <FOOLS>에서는 주변의 시선과 반대로 인한 사랑의 좌절, <TALK ME DOWN>은 그 비극적인 끝을 이야기한다. 3부작의 뮤직비디오부터, 나를 울리던 가사들을 소개한다.


                                                                                                           

[Blue Neighbourhood] (1/3) WILD



"Leave this blue neighbourhood

never knew loving could hurt this good oh,

and drives me wild"


                                                                                                        

트로이는 "Trying hard not to fall, On the way home (집으로 가는 길에 넘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어)"라는 도입부의 첫 소절이 떠올라 단숨에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동시에 후렴의 "leave this blue neighbourhood"라는 가사는 그가 어린 시절 느꼈던 모든 감정들을 압축함과 동시에 앨범 전체의 주제를 관통하기도 한다. 

뮤직비디오의 내용은 이렇다. 두 소년은 천진난만하게 이곳저곳을 모험하며 뛰어다니는데, 이와 반대로 두 소년의 아버지들은 술에 취한 모습으로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다.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투는 두 아버지에 의해 소년들은 결국 갈라지고 만다.


                                                                                                             

[Blue Neighbourhood] (2/3) FOOLS



"I'm tired of this place

I hope people change


Only fools fall for you"


                                                                                                     

개인적으로, 앨범 내에서 가장 서정적이고 슬픈 멜로디의 곡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곡은 트로이 스스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썼다고 밝히며 자신 "생애 최악의 곡"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둘의 조심스러운 사랑이 가차 없이 깨지는 장면을 보여준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사랑은 좌절되고, 그들은 세상과 타협하는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내용과 별개로, 난 "I'm tired of this place, I hope people change (난 이 세상이 지겨워, 난 사람들이 변하길 원해)"라는 가사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 모든 좌절과 슬픔이 나의 탓이 아님을 그가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정말로 변화해야 하는 건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곡.


                                                                                                       

[Blue Neighbourhood] (3/3) TALK ME DOWN



"I wanna sleep next you

But that's all I wanna

do right now."


                                       

뮤직비디오 3부작의 마지막 곡이다. 소년의 아버지가 죽고, 장례식에 온 소년과 트로이는 사랑을 이어가려 하지만, 결국 무거운 시선들을 이겨내지 못한다. 소년은 WILD에 등장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생각하며 넓은 바다에 몸을 던진다.

Talk me down은 직역하자면 '나를 설득해줘'라는 의미를 가지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할 때 이를 말리는 뉘앙스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talk me down을 외치는 트로이의 목소리가 특히나 깊게 느껴져, 마지막 소년이 빠진 바다는 그토록 넓고 광활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품을 내어주지 않은 세상이 조금은 야속하게 느껴졌다.



heaven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SDgn0RYIOhQ

                                                                                                       

without losing a piece of me
나의 한 부분을 잃지 않고서
How do I get to heaven?
어떻게 천국에 갈 수 있겠어?
without changing a part of me
나의 한 부분을 바꾸지 않고서
How do I get to heaven?
어떻게 천국에 갈 수 있겠어?

So if I'm losing a piece of me
만약 나의 한 부분을 잃어야 한다면,
Maybe I don't want heaven
어쩌면 나는 천국을 원하지 않을지도 몰라.



                                                                                                              

마지막으로 [Blue neighbourhood]의 수록곡, heaven의 가사를 일부 옮겼다. 그 스스로 가장 자전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밝힌 이 곡은, 그가 앞으로 만들어 가고자 하는 세계를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내고 있지 않나 싶다. 그는 이 노래를 자신과 같은 싸움을 했거나, 혹은 지금도 그 싸움을 계속하고 있을 이들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밝은 낮뿐 아니라, 어두운 밤과 같은 시간에서도 그는 우리가 영원히 사랑해야 함을 전한다. 

앞선 나의 세 개의 글에서도 밝혔듯, 결국 우리는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다양한 '사랑'의 형태만큼 이를 막는 장애물들은 정말로 셀 수 없이, 다양한 모습을 하고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결국 우리는 그것들을 언젠가는 마주해야만 한다. 그가 말했듯 우리는 항상 이곳에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테니까. 우리는 지금 그 장애물들에 가로막혀 있을 수도, 혹은 누군가의 앞에 장애물들을 만들어 내고 있을 수도 있다. 또한 그 앞에서 우리는 타인과 세상을 향해 싸워야 할지도, 때로는 자신 스스로와 싸워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명심하길. heaven의 가사처럼 당신의 한 부분을 잃어야 살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은 정말 천국은 아닐 거라고.




우리의 진정한 천국을 바라며

유월 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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