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다가가지 못하겠어
이혼하고 10년 차이니,
당연히 연애도 몇 번 했고, 썸도 몇 번 타봤다.
그 중엔 좋은 인연도 있었고,
차라리 안만났으면 좋았겠다 하는 인연도 있었지만.
과거 일은 과거일뿐이고.
최근에 나는 썸타는 남자가 생겼다.
우연히 만나서,
서로 대화가 너무 잘 통하는 걸 알게 되고.
점점 호감이 생기면서.
이게 우정인지 이성적 호감인지 헷갈리면서 설레는.
썸의 시간.
서로 호감이 있는 건 알겠는데,
신중한 성격 탓인지,
아님 원래 성향이 상대방이 다가오는 걸 더 좋아하는 건지
그 사람은 좋아하는 느낌만 알게 하고는
더 다가오질 않았다.
그러면 나한테 주어진 선택지는 둘 중 하나.
그 사람을 내 쪽으로 당기거나,
아니면 여기서 그냥 친구의 영역으로 밀어내거나.
호감이긴 한데,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면서,
나는 익숙하면서 괜한 똑같은 고민에 다시 빠졌다.
“내가 이 사람을 당겨도 되나?”
나는 이혼녀인데, 내가 이 사람한테 적극적으로 표현을 해놓고,
나중에 내가 이혼녀인 걸 알게 됐을 때
이 사람의 반응이 차가우면 어떡하지?
나는 그러면 또 너무 상처 받을텐데.
나는 그럼 못 다가가는 걸까?
이 사람의 과거는 알 수 없지만,
결혼한 적은 아마 한 번도 없을텐데.
그런 이 사람한테 내가 대시해도 되나?
이런 비슷한 류의 복잡한 생각 때문에
호감이 있어도 다가가질 못하겠다.
말로는 다들,
이혼한 사람 요즘 엄청 많다.
이혼은 흠도 아니다.
이혼했다고 기죽지 말아라..
그러지만,
막상 이렇게 현실로 닥치면,
쉽지 않다.
나는 그래서.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이 관계를 가지고
혼자 고민을 시작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맘 편히 다가가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이혼한 지 10년이 다 됐어도.
이렇게 뭔 죄를 지은 듯 움츠려들어야 하는 상황이
참 답답했다.
예전처럼 원망스럽거나, 억울하진 않았어도.
얼마전 한여름의 날씨만큼이나 푹푹 찌듯 답답했다.
이 사람과는 어떻게 될까.
진정 내 것인 것은 나를 고민하게 만들지 않는다는데.
이 사람은 이렇게 나를 고민하게 하는 거 보니, 인연이 아닌걸까.
아님 눈 딱감고, 좋아한다고 말해야할까.
선택에 책임지는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건만,
이렇게 현실이 닥쳐오면,
어린 아이마냥, 나도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른다.
아직은 나도 답을 모르겠다.
이렇게 가을밤이 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