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녀가 얘기하는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인 결혼
결혼을 너무 일찍 했다. 25. 꽃다운 나이에 결혼을 하고.
28. 여전히 꽃다운 나이에 이혼을 했다.
한 10년쯤 지나서 30대 후반이 되어서 나의 선택을 되돌아보니,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였겠다고,
그냥 일찍 결혼해서 일찍 이혼한 게 너무 싫고, 억울하고,
기죽고, 소심해지는 원인이었는데.
이제 보니 꼭 그럴 것도 아니었다는 좀 넓은 관점에서의 생각이 가능해졌다.
이 나이쯤 먹고 보니,
나의 히스토리를 모르는 사람들은
나를 30대 후반의 골드미스, 혹은 노처녀,
혹은 제 멋에 사는 싱글로만 안다.
하지만 내가 돌싱인 걸 아는 사람들은,
돌싱이니 참 좋겠다고.
오히려 그 나이까지 계속 싱글일 때 따라오는
까탈스럽지 않을까하는 주변의 우려도 잠식시키고,
갔다 왔는데 애기도 없으니
자유롭고 얼마나 좋냐고 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나는 똑같은 나일 뿐인데,
돌싱이냐 아니냐라는 정보를 아느냐 모르냐에 따라서
사람들의 평가가 갈리고,
새로 만나는 사람들의 평가가 갈리고,
특히 새로 만나는 남자들의 기준이 달라지는 걸 보면서.
솔직히 말해 좀 웃겼다.
물론 나의 돌싱 유무는 누군가에겐 매우 중요한 기준일 수 있고,
만약 나를 이성으로 대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겐 정말로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걸 이해한다.
하지만,
그 경험으로 인해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고,
기 죽었다가 다시 회복한 성숙한 버전 2.0의 내가 되었고,
그래서 그런 나를 좋아하는 것이므로.
그 경험은 버릴 수 없는거다.
어쩔 수 없는거다. 이미 일어난 일이므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이미 일어난 과거를
기준으로 나를 판단해 버린다면.
거기서 더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냥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하고 놔두고, 기다리는 수밖에.
가끔 이렇게 인생에서 수동적이 되어
다른 사람의 선택과 평가를 기다려야 할 때.
나는 그 상황을 좀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역시,
결혼과 이혼이라는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의
일부라고 생각하기에.
그냥 감수한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래서 결혼하고 이혼한 걸 후회하냐고?
후회했었다.
가장 찬란하고 빛나는 20대, 30대를 기 죽어 소심하게
다른 이들의 빛나는 순간을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할 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이혼녀라는 멍에 때문에
그냥 그 마음을 혼자 키웠다가 접어야했을 때.
마치 죄라도 지은냥 내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남들이 알까봐
전전긍긍하고, 스트레스 받을 때. 많이 후회했다.
하지만 지금은, 후회하지 않는다.
이만큼 인간적으로 성숙하게 해줘서.
내 선택에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어서.
삶과 관계를 좀 더 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되어서.
좀 더 겸손해졌고, 앞으로 더 나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반을 닦게 해줘서.
무엇보다, 이혼하고 회복하는 지난 약 9-10년간의 개고생의 기간 동안.
내가 정말 많이 강해지고, 단단해져서.
후회하지 않는다.
결국 빨간 사탕, 파란 사탕. 어느 걸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길은 달라진다.
누구나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는 있는 것이고.
결혼 역시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이다.
나는 그래도 한 때 좋아했던 사람과
결혼이라는 결실까지 맺어봤고,
이혼을 하며 또 바닥까지 내려가봤고.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한 후회는 없다.
호되게 인생 수업을 받긴 했으나,
그 길을 안가본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그러니 그냥 자기의 마음을 따르시라.
빨간 사탕이든, 파란 사탕이든.
뭐든지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없다.
다 그 나름대로.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