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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비 Aug 04. 2023

이혼하면 대역죄인이 되나요

혼자 자책하고 미안해했던 그 괴롭던 시간들 

이혼.. 내 인생에 이 단어를 그렇게 일찍 맞아들일 줄은 몰랐다. 

한국 나이 28. 이제 만 나이니까 26이라고 해야하나. 


지금 이렇게 써 놓고도 너무 어리고 생소한 이 나이에, 

나는 이혼녀라는 꼬리표를 달아야했다. 


물론 내 선택이었고, 그 선택을 후회한 적은 한번도 없지만. 

무서웠다. 

그리고 두려웠다. 


이혼은 그 나이 때 겪어본 가장 처절하고 큰 실패가 맞았다. 

절대로 가볍게 생각할 수도, 

가볍게 생각해서도 안되는 단어였다. 


이혼을 하고 난 뒤 처음 몇 달은 정말 좋았던 것 같다. 

해방감이 느껴졌고, 

더이상 괴로울 필요 없다고 생각했고, 

지긋지긋하고 힘들었던 생활에서 드디어 벗어나 

나는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믿으며 행복해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나는 사람들과 단절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만나서 이혼했다고 말하기가 너무 두려웠다. 



이혼을 하기 전까지는 나의 은밀한 사생활이고, 

굳이 힘든 결혼 생활을 오픈하기 싫어서 말을 안했던 것이, 


이혼을 하고 나니 

알려야 하고, 

오픈을 해야 하는 일이 됨이 부담스러웠다. 


가족들, 친척들한테는 뭐라고 말하지. 

친구들한테는? 새로 만나는 사람들한테는?

대학 동기들한테는?


그 때까지 명문대 출신에 소위 잘나가는 커리어를 

걷고 있던 나는,

맘 속으로는 스스로 실패라고 규정했던 이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스스로 소화를 하지 못해 

그냥 숨어버리는 방법을 택한 것 같다. 



가족들한테는

엄마가 얘기해주셨고, 

나는 불편한 마음에 

그리고 솔직히 두려워서.

대학 동기들을 비롯한 친구들을 

만나지 말아야겠다는 쪽으로 생각하고 

번호를 바꿔버렸다. 


부담스러웠다. 

내 불행을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괜시리 무서웠다.

만약 거기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기라도 한다면, 

안그래도 이미 상처받았던 내가 

더 상처받을 것을 알기에. 


그럴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 

더 상처받기 싫다는 생각에, 

내 불행을 입으로 꺼내기가 너무 힘들어서..

나는 그냥 숨어버렸다. 


걔 중에 한 명. 

당시 대학 친구 중 가장 가깝게 지내던 친구한테만 

만나서 부탁했다. 

나는 그런 시선들이 너무 힘겹고 부담스러우니까 
제발 친구들한테는 말하지 말아줘...


다행히 그 친구는 

얘기하지 않기로 약속했고, 내 옆에 있어줬다. 


고마웠다. 

하지만 나는 이미 너무 작아져 있었다. 



머리로는 이혼이 죄가 아님을 알지만, 

더 행복하기 위한 나의 선택이었음을 알지만, 

마음으로는 나는, 이혼을 뼈저린 실패로 받아들이고 있었고,

숨겨야 하는 나의 약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남들은 한창 빛나던 그 20대 중반. 

이혼녀라는 꼬리표를 달고 세상에 나가기가 싫었다. 


그래서 그냥 아예 새롭게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지금은 아주 어린 마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 인간관계를 다 끊어버렸다. 


대역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나한테도 늘 자신이 없었고, 

부모님한테 너무 죄송했다.


이혼은 버거웠다. 

결혼만 안했었으면 될 일을. 

나는 너무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해버려서. 

이렇게 됐구나 하는 생각에 억울하기도 했다. 

첫 사랑에 충실했던 시간이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속이 많이도 상했던 시절이었다.



그래. 그 때 나는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다. 

내가 이혼녀라는 사실이. 

숨길 수 있다면 숨기고 싶었고, 

약점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나는 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한 선택을 

순간순간 하면서 살아왔을 뿐인데. 

그리고 그 선택에 온전히 책임지면서 살아왔을 뿐인데. 


거기 당신이 만약,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아니면 이혼 이후의 삶이 어떨까 궁금하다면. 


이혼 이후의 삶은 생각보다 감당할 게 많다는 걸 

객관적으로 알려주고 싶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당신이 이혼했다는 사실 자체가

나쁜 일을 한 건 절대 아니라는 것. 

죄를 지은 것도 절대 아니라는 것. 

자신의 행동과 선택에 책임을 지면 된다는 것 또한 알려주고 싶다. 


그래서, 나보다 덜 힘들기를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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