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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비 Sep 15. 2023

28 이혼녀, 앞으로 남자는 만날 수 있을까

부서져버린 내 자존감, 그리고 여자로서의 내 자신감 

한국 나이로 25에 결혼했고, 28에 이혼했다. 

이혼을 하고 났는데도 28. 너무 어린 나이였다. 


이혼해도 나는 문제 없어. 

충분히 훨씬 더 좋은 사람 만나서 떵떵거리고 잘 살거야. 

이런 생각으로 이혼했는데, 


사실. 막상 이혼하니 엄청 막막했다. 


나를 누가 좋아해줄까. 

겨우 28인데, 남들은 결혼도 한참 남은 나이인데. 

그 때 이혼녀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나를 

누가 편견 없이 받아주기나 할까. 



여자로서의 자신감과 

내 자존감 역시 바닥이었다. 


첫 사랑과 결혼 했고, 다른 연애는 해보지도 않았던터라 

내 남자 경험은 전 남편이 전부였다. 


연애도 그 사람하고만 3년을 했고, 결혼 생활 3년. 

총 6년의 시간을 그 사람하고만 보냈다. 


남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내가 여자로서 매력은 있는 건지, 

어떻게 남자한테 다가가야 하는건지. 


이혼 전 막연했던 자신감은 어디가고. 

이혼 후에는 현실이 버겁고, 억울하게만 느껴졌었다. 



나한테 죄가 있다면, 

사랑에 충실했던 죄밖에 없는 것 같은데. 


첫 사랑과 연애하고 그 첫사랑을 믿고 결혼을 했고, 

그 사람과 맞지 않아 이혼을 했을 뿐인데. 

왜 이 연애와 데이팅 시장에서 죄인처럼 

쭈그리고 움츠러들어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의 이해 여부와는 별개로, 

내 자신감은 바닥이었고. 

좋은 사람을 다시 만나고는 싶었음에도

무엇하나 확신할 수 없었다.



그 때 친구가 부산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더라. 

당시에 꽤 친하게 지내던 친구였는데, 

너무 연애에 무관심해 보이던 내가 답답했던 것 같다. 


어느 날 제안한 친구의 부산 여행을 따라나서서, 

부산 명소들을 다녔다. 

해운대, 광안리, 각종 관광 명소...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친구는 나한테 너, 괜찮아 라는 얘기를 전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냥 자연스럽게, 

내가 갔던 장소마다 한 명 이상씩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남자들이 말을 걸어온 게 

별 거 아닐 수는 있었겠지만, 

나는 그런 경험이 너무 오랜만이었다. 


그전엔 임자가 있는 몸이었었으므로, 

늘 철벽을 치고 그런 상황이 익숙치 않았었는데. 

전남편 말고 나를 여자로 누군가 봐주는 상황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었다. 



신기했고, 좋았다.

하지만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안도감이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 타인의 시선과 주목, 

그리고 수줍지만 나한테 말을 걸어오는 그 모습 자체에 

나, 괜찮구나. 이성으로서 매력이 없지는 않구나.

라고 느끼면서 바닥으로 가라앉았던 여자로서의 내 자신감이 

점점 회복되어감을 느꼈다. 


당시 나는 필사적으로, 

내가 여전히 여자라는 걸, 

여전히 충분히 섹시한 사람이라는 걸, 

여전히 매력있다는 걸 

스스로한테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마치 결혼 생활의 상처를 

그렇게 극복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것처럼, 


나는 그 시간이 꼭 필요했었던 것 같다. 
너 아직 여자야, 
너 충분히 섹시해. 
넌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그런 말을 내가 나한테 꼭 많이 

들려줘야 했던 시기였다. 



다시 열린 연애 시장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던 그 때, 

친구가 데려간 부산은 

뭔가 나한테 묘한 안도감과 행복감을 안겨줬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당신이 충분히 섹시하고, 

이성한테 매력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 때 그토록 꼭 듣고 싶었던 그 말을
당신한테도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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