京都2_간절해 보았는가

온 마음을 다해

by 일랑




첫날은 공항 리무진에서 내려 호텔에 체크인하는 것으로 일정이 끝났다. 온전하게 교토를 돌아볼 수 있는 둘째 날부터는 일찍 움직이기로 했다. 다섯 시에 알람을 해놓았지만 그전에 이미 눈이 떠졌고 새벽부터 지하철 역무원들에게 물어물어 후시미 이나리에 도착한 시간은 여섯 시 반.


반쯤 올라가다 내려왔다는 후기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나는 느낌 가는 대로 하기로 하고 일단 발걸음을 옮긴다. 도리이들이 줄지어 길을 안내하는 장관이라니. 게다가 하나하나 염원이 담겨있다니. 지나가는 도리이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인간의 간절함이 절절하게 와 닿는다.


문득, 나는 살면서 얼마나 간절해 보았나 되짚어보다 울컥 눈물이 났다. 절실하도록 온 마음을 다할 줄 아는 것 또한 부럽도록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나는 왜 끓는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항상 뜨뜻미지근하게 살아왔을까. 부끄럽고 슬픈 순간이었다. 도리이들에 적힌 이름들이 더 이상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간절함을 느끼고도 어떻게 반만 볼 수 있을까. 나는 정상까지 가기로 한다. 올라가면 볼 수 있을 정상의 경치도 궁금했고. (그러나 막상 정상에 엄청난 경치는 없었다.) 절반 지점을 넘어서서 마주치는 등산객은 대다수가 현지인이다. 마주칠 때마다 그 누구 할 것 없이 おはようございます(오하요우 고자이마스)하고 인사를 건넨다. 그들에게는 간절함이 일상인 걸까. 아니면 간절한 일상인 걸까.





아침 일찍 도착한 '이나리' 역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시작된다
개관 시간이 따로 없어 일찍부터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작은 도리이들
도리이가 길을 안내해준다
어린 치요가 뛰어올것 같은 길
오르고 오르면 어느덧 정상
기도를 위한 제단들이 수 없이 많다
크고 작은 도리이들



이번 교토 여행은 나에게 간절함인 것 같다. 처음에는 간절한 일탈이었고 나중에는 간절하기 위한 다짐이었다. 언젠가부터 상처받지 않기 위해 모든 것에, 그리고 모두에게 보여주었던 내 그저 그런 정도의 진심에 대한 반성.


만약 내가, 상처로 인한 두려움을 극복해 낸다면. 그때는 진심을 다할 수 있을까. 그때는 간절함을 떠올릴 때 이렇게 가슴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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