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대일밴드는 몇 개 챙겼던가. 조그만 물티슈를 살걸 그랬나. 아무리 핸드폰으로 다 되는 시대라지만 바우처는 프린트 해 놓을걸. 들고 온 옷들이 날씨에 안 맞으면 어떻게 하지. 립스틱을 몇 개 더 챙겼던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정 필요한데 없으면 가서 사면 되는데도 공항에 앉아 없어도 그 만인 것들을 끊임없이 머릿속에 나열하고 있다. 이미 협력사 담당들에게는 눈이 마주칠 때마다 '내가 없는 동안 잘 부탁한다',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하라'라고 몇 번이나 반복 한터라 '최대한 연락 안 드릴 테니 걱정 말고 잘 쉬고 오시라'는 말도 여러 번 들었다. 누가 보면 일 하러 가는 사람인 줄 알겠다. 가기 싫은 곳에 가는 줄 알겠단 말이다. 혼자 가는 여행이 처음이 아닌데도. 사소한 걱정은 비행기가 이륙할 때까지 내려놓지 못한다.
장거리 비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창가 자리에 앉아 이륙하는 비행기의 바깥 풍경을 보고 싶어 하던, '처음'이 가져다준 설렘은 진작 퇴색되었다. 요즘은 좁은 공간에 갇혀 보내는 긴 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머릿속이 가득하다. 시끄럽고 건조한 기내, 어수선한 시설, 제한된 할거리, 이웃에 앉은 여행객들의 들뜬 분위기는 그저 불편하고 귀찮을 뿐이다.
일상에서 멀어지고 싶어서 나온 세상에서는 역시나 우왕좌왕이다. 나의 실수와 타인의 실수가 뒤엉켜 여행지로 가는 하루가 너무나도 길게 느껴진다. (실제로도 길다) 새로 발급받은 여권을 들고 생면부지의 나라로 향한다. 쉬러 가기로 했으니, 푹 쉬고 올 것이다. 생일이 끼어 있으니 한 살 더 먹고 올 것이다. 조금 더 여유로 채워진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 생각마저도 너무 열심히 하고 있다. 대체 언제쯤 내려놓을 수 있을까.
오는 내내 후회했다. 가까운 곳도 많은데 왜 이렇게 먼 나라를 택했는지. 이동하는데 보낸 스무 시간 내내 다시는 이렇게 멀 리오나 보라며 고집스러운 스스로를 타박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펼쳐진 포르투갈에서의 열흘은 나에게 순수한 감동이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포르투갈에서의 열흘, 그리고 감동적인 사람들에 대하여. 감동이란 것은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