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여행이 끝났다.
일상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머리를 했다. 정돈된 마음으로 복귀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고 여권사진을 다시 찍어야 하기도 해서이다. 다녀와서 깨닫게 되었다. 교토가 이번 여권에 찍히는 마지막 행선지였다는 것을.
그 사이 내가 사는 동네도 많이 변해 있었다. 구석구석 교토와 닮아 있다고 할까. 날씨도 나뭇잎 색깔도, 길어진 해도 교토의 것과 비슷했다. 어쩌면 항상 거기 있었는데 일상에 찌든 내가 그냥 지나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행은 그렇게 당연한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여행 사진을 다시 넘겨보니 벌써 아득하다. 눈보다 마음에 먼저 닿는 사진은 대부분 초점이 이상하거나 잘못 찍은 사진들이다. 생각할 여지를 남기기 때문일까. 그래서인지 나는 내려다보는 사진이나 바닥에서 올려다보는 사진을 좋아한다. 내가 딛고 서 있던 땅이 찍힌 사진은, 그때의 감정을 오롯이 불러내니까.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그제야 피로가 쏟아진다. 여독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 하지만 이번 여행은 지금껏 겪었던 것들과는 조금 다른 후유증을 남긴다. 떠올리면 기분 좋은 나른함. 마주쳤던 얼굴들의 배려들이 생각나 배시시 짓게 되는 웃음. 신기하게도 그곳의 풍경과 사람이 모두 내게는 위로였다.
다시 간다면... 하고 생각한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두 번 갔던 여행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간다면 너무 늦지 않게 조만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여행의 후유증을 기꺼이 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