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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Aug 14. 2017

일기35_기분이 이상한 날에

주말 후 휴일






주말을 푹 쉬고 나와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에 앉았다. 여느 때 같으면 회사로 향하는 몽롱한 상태였겠지만 오늘 나는 휴가를 누리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인데도 느낌이 다르다.


예전에, 내가 참 매정하게도 쳐낸 인연이 있었다. 이런 대중교통에서 만났고 일방적으로 호감을 표현했던 사람. 약간은 무서웠고 또 부담스러웠고 어린 마음에 어찌할 줄 몰랐기 때문에 꼭꼭 숨어버리는 쪽을 택했다. 며칠 전 그때 생각이 다시 떠오르고 난 후 기분이 영 이상하다.


다른 이유로 차단 리스트를 보다 다시 마주한 그 이름에, 그리고 작은 사진으로 보이는 평범한 일상에, 잘 지내겠거니 하면서도 뒤늦게 미안한 마음이 한꺼번에 쏟아져내렸다. 내가 겁이 많아서, 또 서툴러서 지금껏 많은 인연들을 쳐냈다. 의도치 않게 상처 주기도 했고 의도적으로 상처 주기도 했다. 아마도 나는 그 값을 외로움으로 고스란히 받게 될 것이다.


쑥스럽지만, 잘 지내고 있기를. 늦었지만, 미안했노라고. 관계에 서툰 나는 여전히 실수 투성이지만 이제라도 알게 된 걸 보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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