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큰대는 마음
정말 오래간만에
맑은데도 기분이 가라앉는 날이었다
여느 주말같이 집에만 있지 않고
일정이 가득한 날이었음에도
나는 내내 가라앉았다
보통 같으면
버스에 앉아 밖을 내다 보기만 해도
길을 걷다 하늘을 올려만 봐도
아이스크림을 손에 쥔 아이처럼
마냥 즐거워지는 나인데
이날만큼은
그림 같은 하늘의 구름도
티 없이 웃는 연인들의 얼굴도
맑고 밝은 그 무엇에도 마음이
돌아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왜 죄다 내 마음 같지 않은가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나
내려놓지도 힘껏 짊어지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바보 같은 모양새로 버티고 있다
날은 아직 더워서 여름 같은데
사실은 진작 계절의 문턱을 넘어선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나 보다
심장의 피가 모두 빠져나와
그 자리에 쇳덩이가 들어찬 듯 시리다
시름시름 이 계절을 앓는다
외로움과 서러움을 앓고 나서
원인 모를 이 것을 앓고 또 앓는다
반복해도 결코 무뎌지는 법 없이
이번에도 온 힘을 다해 앓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