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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Aug 24. 2017

일기38_'언제'에 대해서

공부하다 말고 잡생각




么时

Quando



각각 중국어와 이탈리아어로 '언제'라는 뜻의 단어다. 什么时候를 외우면서 중국인은 왜 '언제'를 말하기 위해 매번 이 긴 단어를 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간의 언어는 편하고 짧은 쪽으로 발달하는 것이 아니었나? 한편으로는 '언제'에 대한 궁금증의 비중이 '누구, 무엇, 왜'에 비해 낮아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넓은 땅에 사는 중국사람들은 몇 시간씩 걸리는 길도 금방이라 말한다 하니까. 그런 사람들이 몇억씩이나 모여사는 중국은 어쩌면, 조금은 시적일지도 모르겠다. 영어의 When이 한 음절 단어로 자칫 따지듯 던져지는 차가운 느낌이라면 什么时候는 마치 '언제는 중요하지 않아요. 천천히 오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으니까. 별것 아닌 걸로 나는 지금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탈리아어를 배울 때 Quando는 그저 기능적으로 사용하는 감정 없는 단어였다. 하지만 마이클 부블레의 'Quando quando quando'라는 노래를 들으며 이렇게나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단어였나 하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언제 내 사랑이 될래요? 말해줘요 언제, 언제, 언제인지' (이렇게 써 놓으니 집착과 망상에 절어있는 스토커의 대사 같기도) 보사노바풍의 사랑스러운 이 노래는 친구 집에서 조 과제물을 할 때 처음 들었다. 당시 이탈리아 생활이 너무 힘들다 느낄 때라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만 보였더랬는데 이 노래를 통해 이탈리아의 로맨틱함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여전히 나는 이탈리아에 대한 좋은 기억이 많지 않고 이런 풍의 노래도 즐기지 않지만, 이 노래를 떠올리면 기분 좋은 웃음이 난다. 덕분에 몇 년 만에 다시 꺼내 들어보는 중이다. 몇 번이고 다시, 또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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