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o5_정원을 가까이 두는 사람들

그들을 닮아 싱그러운 초록

by 일랑




스무 시간 가까이를 날아와 진한 갈색의 머리에 약간은 태닝 된 듯한 피부, 깊고 선한 눈을 하고 있는 포르투갈 사람들을 만났다. 나의 대학시절, 많고 많은 외국인 중에서 만난 포르투갈 사람은 딱 한 명이었다. 이곳은 마치 그의 고향집을 방문한 듯 그와 닮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전에는 포르투갈 하면 대항해 시절의 저돌적인 개척자라던지, 한국 대표팀과 거칠게 경기하는 운동 선수들을 떠올렸다. 호전적이라 생각한 포르투갈에서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아마도 아기자기한 정원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포르투갈에서는 성당이며 박물관, 대학, 어딜 가도 크고 작은 정원들을 볼 수 있었다. 어떤 것은 웅장해서 소름 돋게 아름다웠고 어떤 것은 소담하여 가슴 뻐근하게 아름다웠다. 그 안에서 나긋나긋한 위로를 받고 있었다.


젊은이들과 석양으로 가득한 포르투의 virtudes 공원
포르투 크리스탈 궁전의 정원
Bom Jesus do Monte 뒤쪽, 보트를 탈 수 있는 연못
브라가의 산타바바라 정원




이전에 나에게는 '회랑'이라는 것의 개념이 없었다. 간혹 영화에서 대화하며 걷는 추기경들이나 신부님들의 모습이 나올 때, 그 배경을 그저 예사로 보았을 뿐이다. 대부분의 포르투갈 성당은 정사각형의 아름다운 정원과 그 중앙에는 성스러운 존재의 조각상 (예를 들어, 성모 마리아) 그리고 그 주변에 반복되는 아치형 문으로 이어진 회랑이 딸려있다. 스테인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오색찬란한 빛이 전부인 어두운 성당 내부에서 벗어나 햇살이 쏟아지는 정사각형 정원을 마주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정원을 들여다보며 그 테두리의 회랑을 걷는 것 또한 처음 느낀 평화로움이었다. 나는 회랑을 따라 여기저기 놓여있는 소박한 벤치에 않아 정원을 바라보거나 아치형 문을 지나 정원으로 나가 햇볕을 온몸으로 쐬거나 하며 매번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정원에서 회랑으로 늘어져 들어오는 햇빛과 기둥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의 리듬감이 좋았다. 어두운 복도와 눈부신 정원의 극적인 명암 대비도 좋았다. 둘레를 걷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부터는 시작인지 끝인지 모를 그 정 사각형의 공간 안에서 점점 시간 감각이 사라지고 바깥의 소리가 희미해졌다. 신기하게도 회랑에 있을 때는 휴대폰의 시그널도 잘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집중할 수 있었는데, 그 안에서의 시간은 마치 바깥과 다른 속도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저 멀리 이곳과 평행하는 세계에, 내 일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어렴풋이 느껴질 뿐이었다.


코임브라 구 대성당의 회랑(cloister)과 정원
코임브라 산타클라라 수도원의 정원과 회랑
정원이 들여다 보이는 산타클라라 수도원의 회랑





브라가에 도착하자마자 첫 번째 일정으로 Biscainhos Museum을 택했다. 아침에 걷는 이 곳의 정원이 아름답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아침과 정원, 둘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니 최고의 조합이 아닐 수 없다. 문 여는 시간에 맞추어 갔으니 정원을 둘러보는 사람 또한 나 밖에 없다. 생명으로 가득한 길을 걷고 또 걸었다. 두 번째 지나가는 길에는 처음에 지나쳤던 것들이 보이니 걸음을 멈출 수 없다.

브라가 Biscainhos Museum의 정원
브라가 Biscainhos Museum의 정원
브라가 Biscainhos Museum의 정원
브라가 Biscainhos Museum의 정원

정원을 가까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니 넉넉할 수밖에. 그러니 눈빛이 이토록 수줍고 사랑스러울 수밖에. 그들의 정원을 마주할 때마다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것 같았다. 정원을 나설 때는 늘 나른하고 기분 좋은, 속 깊은 대화를 나눈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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