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o6_도시의 색깔

선명한 네 도시의 기억

by 일랑




Porto

포르투는 하늘부터 바다에 이르기까지 눈부시게 선명한 파랑이다. 한 도시의 컬러가 이보다 더 명확할 수 있나 싶을 정도다. 도우루 강을 따라 흐르는 물이 포르투 사람들의 눈에도 담긴 듯 눈마저도 파랗다. 진한 갈색의 머리에 회색빛이 도는 파란 눈의 매치는 마치 합성한 듯이 오묘해서 무례한 줄 알면서도 빤히 쳐다보게 된다. 평소에도 파란색을 좋아해서 유럽과 캐나다의 높고 파란 하늘에 특별한 애정이 있는 나에게 포르투는 시작부터 이미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었다.

여행 내내 비 한방울 안 뿌리고 파랗던 하늘
도우루강이 바다와 만나는 Foz 해변 초입의 풍경
첫날, 포르투가 내게 남긴 인상



Coimbra

코임브라는 내게 순수한 오프 화이트였다. 표백제가 들어간 듯 완벽하다 못해 창백한 백색이 아닌 자연스럽게 아이보리 빛을 띠는 오프 화이트는 아침의 햇살과 만나 유난히 성스럽게 빛났다. 대학의 도시로 알려진 만큼 해리포터를 연상시키는 검은 망토를 두른 학생들을 곳곳에서 마주쳤지만 나에게는 때 묻지 않은 그들의 청춘 또한 순수한 백색으로 다가왔다. 보고 있으면 정화되는 느낌이었고, 고해성사를 하고 난 뒤의 기분이었다. 다시 한번 깨끗하게 백지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코임브라의 화이트는 그런 희망과 새로움의 컬러이기도 했다.

산타크루즈 카페의 야외 테이블
코임브라 대학의 (아마도) 문과 건물
구 대성당의 회랑



Pinhao

피뇽은 와인과 석양의 진한 나무색이었다. 침략해오는 프랑스군의 눈을 피해 땅에 귀중품을 묻는 여자들을 보고 와인을 묻었다는 포르투갈 남자들과 그렇게 우연히 탄생한 포트와인의 원산지. 나는 평소에 술을 입에도 대지 못하지만 피뇽으로 향하는 크루즈에서 식사와 함께 내어준 한잔마저 거절을 거듭할 수는 없었다. 포트와인은 곧 포르투의 영혼이니까. 포도 한 송이를 통째로 머금은듯한 묵직한 향과 약간의 떫은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전반적으로는 익히 알고 있던 와인맛이다. 커피맛도 잘 모르는데 와인맛을 알 리가 없다. 가는 길은 멀었고, 도착하니 하늘도 붉게 물들고 있었다.

크루즈에서의 한잔
피뇽의 흔한 와이너리
오묘한 벽 텍스쳐



Braga

브라가는 싱그러운 정원의 녹색이었다. 브라가를 찾아간 날 날씨는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가벼운 아침을 먹고 산타바바라 정원으로 향했을 때는 관리직원들이 한참 정원에 물을 주는 시간이었다. 한껏 수분을 머금고 햇살을 받은 이파리들이 투명한 녹색으로 반짝거렸고 그 배경에 브라가의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어디까지가 도시인지도 어디서부터가 녹지인지도 모호한, 그 구분의 의미가 없는 한 장면이었다. 포르투갈의 다른 도시들에서도 많은 정원들을 보았지만 유독 브라가의 녹색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이것일 것이다. 쏟아질듯 가득한, 풍요로운 푸르름.

Biscainhos의 아침정원
산타바바라 정원의 아침
Bom Jesus do Monte의 뒷 정원






장소를 색깔로 기억한다는 것은 마치 여행이 계속되는 것 처럼 일상에서도 그 곳을 떠오르게 한다. 도시의 색깔이 선명한것은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긴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역시 사랑스러운 것은 또 사람. 이번에도 결론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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