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을 덧입은 포르투
며칠간 묵기로 한 숙소 건물 앞에서 만난 호스트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어서 관광객들에게 의례 하는 설명이라는 듯이 약간은 기계적으로 말하기를, 미안하지만 엘리베이터는 없단다. 이 부분은 이미 여러 번 들었던 이야기였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보다 모던한 건물 내부에 놀랐을 뿐. 건물들이 오래되어 엘리베이터가 없다더니 내부는 페인트 냄새가 날 정도로 새것 같았다. 포르투 지자체에서 건물 수리 보조금이 나와 레노베이션을 활발히 한단다. 두 번째 숙소도 사정은 같아 엘리베이터만 없었지 건물 내부는 모던함 그 자체였다. 아예 부수고 처음부터 새로 지었다면 엘리베이터 하나쯤 넣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겠지만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외관과 골조를 살리고 조금 더 편리한 삶을 위해 내부만 수리하는 방식. 여행하는 입장에서는 감사하고 싶은 부분이었다.
다만 보이는 부분만 수리한 것이기 때문에 방음이 안 되는 것이 아쉽다.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꽤나 크게 거슬리는 부분이 될 듯하다. 현지인들은 외곽에 거주하고 시내에 있는 건물들은 대부분 숙박업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늦은 밤에도 늘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과 나가는 사람들 소리에 잠을 뒤척였다. 나는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잘 자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포르투 공항에서 시내의 숙소까지는 우버택시를 이용했다. 우버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조금 긴장이 되었지만 너무나도 젠틀해 보이는 기사님의 등장과 함께 걱정은 공기 중으로 기화되어 사라졌다. 공항에서 시내는 비교적 가까운 편이었고 돌로 된 길과 오르막이 많은 포르투에서 캐리어를 끌고 십여분을 걷는 것이 딱히 좋은 생각은 아니기에 우버는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 되었다. 결제도 자동이니 카카오 택시보다 더 편리한 느낌마저 드는 데다 포르투는 우버가 잘 정착되어 있어 밤늦게도 대기시간 조차 길지 않았다. 덕분에 늦은 밤 숙소에 돌아올 것이 걱정되어 갈지 말지를 고민하던 곳도 가볼 수 있었고 돌아오는 날 공항으로의 차편으로도 이용했다.
포르투에서 한 시간 거리인 브라가로 여행하던 날, 기차라고 하기에는 정차역이 많은 경전철스러운 교통편을 이용하게 되었다. 공항 내에서 터미널 사이에 운행하는 모노레일만큼 모던하고 쾌적한 기차를 탈 줄은 기대도 안 했는데. 포르투는 이런 면에서 늘 나를 놀라게 했다. 코임브라로 가던 시외버스마저도 우리나라와는 비교 못할 정도로 새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확한 운행 시간으로 운영되었다. 예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어서 기대하지 못했던 이런 부분이 포르투갈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될 줄이야.
포르투 여행을 디테일하게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빼먹지 않고 보고 싶었던 것이 Casa da Musica였다. 영어로는 House of Music으로 해석되는 음악을 위한 이 다각형 건물은 네덜란드의 유명 건축가인 렘 쿨하스가 디자인해서 2005년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나는 조금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가이드 투어를 신청했는데, 덕분에 눈에 보이는 것 외에도 당시의 상황과 도시 전체의 재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1990년대 말 지금의 '까사 다 무지카'가 서 있는 지역은 전성기를 지나 쇠퇴한, 유동인구가 줄어든 구시가지에 불과했으나 2001년 포르투가 유럽 문화 수도로 지정되고 2005년 '까사 다 무지카'가 오픈하면서 주변 공원과 시가지가 새롭게 구성되어 지금의 모던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시내의 건물들도 엘리베이터는 없지만 모던한 내부 레노베션을 시작한 것과 맞물리는 것 같다.
'까사 다 무지카'는 단순히 새롭고 특이한 건물을 만들어 관광지화 하겠다는 목적으로 세워진 건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첫인상은 그렇다고 생각될 정도로 특유의 존재감이 있는 형태다.) 구석구석 음악을 위한 최선의 조건을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이 깃들어 있고 주변 경관과도 기괴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디자인은 목적했던 기능을 다할 때 가장 아름답다'라고 했던 건축학도 출신 가이드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음악을 위해 탄생한 이 건물에서 음악을 듣지 못한 것은 아쉬웠으나 다음을 기약하는 이유가 되어주니 너무 서운해하지 않기로 했다.
가이드 투어를 통해 루프탑에 바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진을 본 이상 가보지 않을 수 없다 생각될 정도로 흥미로웠다. 포르투를 떠나기 전날 마지막 저녁을 Casa da Musica 레스토랑에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포르투에서 늘 맛있게 먹었던 문어도 메뉴에 있겠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물을 다시 한번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레스토랑과 이어진 외부로 나가면 사진에서 본 루프탑 테라스가 있다. 해 질 녘, 역시나 상상했던 것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너무 추워서 결국 식사는 실내에서 하기로 했지만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했던 그곳.
옛것과 현대적인 것이 조화롭다는 표현은 우리가 서양 문화를 접할 때나 서양에서 동양의 도시를 이야기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전통을 해치지 않고 그 위에 모던함을 세우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늘날 모든 도시에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부디,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지금의 아름다운 포르투가 변하지 않기를. 그 위에 세워 올리는 발전 또한 멈추지 않기를.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이제는 멀리서나마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