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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Oct 30. 2017

일기46_아침 풍경





근래 머릿속이 많이 복잡했더랬다. 내 머릿속은 원래 조용한 날보다 시끄러운 날이 더 많지만 근래에는 유난히 더 복잡해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안 그래도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생각하지 못하는 단순한 나로서는 앞이 보이지 않는 동굴 속을 더듬어 헤매듯 지루하면서도 불안한 나날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눈앞에 척척 열리던 문이 왜 나에게는 까마득히 높은 계단 위에 열리는지 모르겠다며 투덜댄다. 지금에 매번 만족하지 못하는 나 자신도 이해가지 않는다. 신경 안 쓰는 척 필요 없는 척하는 표정으로 눈으로는 늘 비교대상을 좇는 질투로 똘똘 뭉친 밴댕이 같은 인간이라 그렇겠지. 생각할수록 속만 아픈 것을 알면서도 자려고 누우면 밤새 같은 생각이 루프로 돈다.




그렇게 또 다른 주말을 보내고 일주일을 시작하는 아침, 어느새 나뭇가지와 작별한 낙엽이 길 모서리에 흩뿌려져 있다. 동굴을 나와 마주하는 빛에 시력을 빼앗기듯 고민 끝에 다시 마주하는 일상이 문득 낯설게 느껴졌다. 첫추위에 한기가 들면 겨우내 고생한다 하니 초겨울에나 입을법한 코트를 챙겨 둘러매고 걷는다.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계절은 훌쩍 앞서갔나 보다. 뒤쳐진 나는 잰걸음으로 쫓아가 보지만 이미 남들이 즐기고 지나간 바랜 낙엽이나 구경하고 있다.




돌연 기온이 뚝 떨어진 날이다. 그래서 어색한가 보다.

인생에 문제가 없으니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 거다. 

그것도 아니면 마음의 변덕이 조금 오래가나 보다.

그냥 그것뿐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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