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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Nov 09. 2017

일기48_거절





세상에는 참 많은 종류의 거절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수시로 마주치면서도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삶의 얼굴들 중 하나다. 사방에서 던져지는 거절의 말들을 연이어 받아낼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작아지는 자아를 발견한다. 한껏 더 소극적이고 제한된 선택들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이 쳇바퀴 안에 들어와 몇 바퀴 돌고 나면 그제야 '아, 여기에 또 갇히고 말았구나' 하고 만다.


아흔아홉 번 거절당해도 한 번의 오케이를 받아내 빛을 본다는 거대한 아이디어들은 그저 성공신화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듣고 자라 익숙하지만 한 번도 실체를 본 적 없는 유니콘 같은 존재 말이다. 아흔아홉 번의 거절을 당해낼 자신은 물론 없다. 반도 채 다 견디지 못하고 산화되어 날아갈 연약한 심장임을 내가 가장 잘 안다. 인생의 한방 따위 처음부터 내 길로 삼은적 없다며, 자기합리화라는 가까운 도피처에 몸을 숨긴다. 당분간 조용히 지내기로 한다. 무난하게, 불특정 다수의 '남'들 하는 만큼만 하며 살고 싶은 거다. 그것 조차 힘든 게 이번 생인 것 같기는 하지만.





심란한 마음이 진정되기를 바라며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를 다시 집어 들었다. 삼분의 일 가량을 남겨두고 읽기를 멈추었다는 것을 최근 깨달았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나오는 이야기들 몇 가지가 위로를 준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 다워 지는 것이라는 말과 아름다운 것이 아름다워 보일 때 행복한 것이라는 말.


나는 어른이 되기보다 나 다워 지기를 바라고 아름다운 것을 그저 아름답다 느끼며 살고 싶을 뿐이다. 거절이라는 것은 그 이상을 해보고자 할 때 오르게 되는 산이 아닐까. 결국은 욕심. 거절의 말을 한 사람들이 나에게 주는 상처가 아니라 애초에 내 욕심이 초래한 좌절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 내가 내려놓으면 된다. 답은 또 내 손안에 있었는데 꼭 쥐고있을 생각만 했지 열어 볼 생각을 못했나 보다. 하얗게 불거질 정도로 간절한 욕심을 담아 쥐고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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