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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Nov 23. 2017

일기49_솔직함에 대하여

그 미숙하고 불안정한 성질





인간이라는 복잡한 사회적 동물을 어떻게 한두 마디로 완벽하게 축약하겠냐마는, 나는 보통 스스로를 솔직하다고 평가하는 편이다. (사회생활 속 뱉지 못한 말들과 마음에도 없이 쏟아내는 말들은 살포시 제외한다) 이 솔직함에는 빛과 그늘이 늘 함께 있기 마련인데, 오늘은 그 대부분이 그늘이 아닐까 생각되는 날이다.




예를 들자면, 쓸데없는 솔직함. 상대가 원치 않거나 없어도 무방한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이것은 분명 그늘이다. 굳이 상대는 관심도 없는 내 입장을 내뱉듯이 이야기해야 직성이 풀릴 때. 여기에도 빛이 있다면 아마도, 내 속이 편하다는 것이겠지.  듣고 싶어 하는 답이 빤히 보이는데도 내 날것의 생각을 보여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상대가 내 솔직함에 상처받을 것을 감안해야 한다.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로 시작하는 말은 듣기도 전에 이미 기분 나쁜 것처럼. 상대방이 아닌 내 위주의 언어를 선택한다는 것. 서른 넘은 내 인생이 유독 미성숙하게 느껴질 때다.


또 하나는 선택적인 솔직함. 글을 쓸 때는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분명 감추고 싶은 어떤 부분을 철저히 가리면서 한정적인 부분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최근 (다른 사람들의 글을 통해) 깨달았다. 마치 드러난 부분이 전부 인냥, 마치 달이 그 뒷면은 절대 보여주지 않듯이. 차마 꺼내보이지 못하는 부끄러운 지난 기억들이 혹여라도 새어 나올세라 나 스스로도 떠올리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그러니 거기에 대한 글을 쓸 수 있을 리가 없다. 솔직함에 있어 아직 한참 하수인 나는, 당분간 남의 솔직함을 동경하는 것에 만족해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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