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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Dec 04. 2017

일기52_창작의 할인





주말을 보내기 서운 한 것인지 월요일을 맞을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인지 유난히 잠 못 이루는 일요일 밤이다. 왠지 모를 아쉬움에 이 어플 저 어플 켰다 껐다를 반복하다 누군가의 사진에서 한 책을 눈에 담았다.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위로가 되어 줄 것 같은 느낌에 빠른 손놀림으로 책을 주문한다. 세상 참 좋아졌지, 오프라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손쉽게 책을 살 수 있다. 이리저리 모아둔 적립금에 쿠폰을 사용하니 정가에서 최소 5천 원은 할인받은 금액으로 결제되었다. 깊은 고민 없이 책을 살 수 있다 보니 전보다 구매가 잦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는 열과 성으로 세상에 책을 내보냈을 작가님을 향해 반값에 가까운 가격으로 책을 사는 손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참 희한하지. 갖고 싶은 옷은 정가에도 척척 사들이면서 책값은 정가 주고는 못 사겠나 보다. '서울시'의 저자 하상욱 시인은 아예 배송료가 안 붙는 인터넷 할인가를 감안해서 책 가격을 정했다 하니 더 이상 정가로 구매할 독자들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시대일 수도. 창작물의 가치에 할인율을 적용당하는 사실이 불편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디자인을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뼛속 깊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구매해주는 소비자가 있다는 자체가 감사한 일일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 창작물이 돈과 교환된다는 사실보다는 그것이 소비되고 전파되어 공유되는데 더 큰 가치가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니 작가님, 내일 책이 도착하면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잘 읽겠습니다.





*태재님의 '빈곤했던 여름이 지나고'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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