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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Aug 10. 2018

일기64_여름의 끝자락







유난히 길고 뜨거웠던 여름이 입추를 기점으로 한 걸음 물러난 것인지 아침 바람이 여느때와 달리 청량하다. 여름에 대한 소유권이라도 주장하는 듯 떠나가라 울어대던 매미소리가 오늘따라 절박하게 들린다. 계절을 빼앗기고 절규하는 꼴이 어딘지 모르게 청승맞기까지 하다. 같은 데시벨의 소리라도 때와 장소가 다르면 이렇게 다른 인상을 주는구나, 새삼 다시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때와 장소. 단 한번이라도 같았던 때가 있었던가. 인간으로 사는 우리는 비슷한 것도 매번 다른 때와 장소에서 마주함으로써 하루하루가 새로울 수 있다는 선물을 받았다.





가을은 여전히 저 멀리에 있는데 내 마음에는 벌써 찬 기운이 들었다. 요 며칠, 지루하다 답답하다는 말을 늘어진 테이프처럼 되감고 틀기를 반복했던 스스로에 대한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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