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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Jul 24. 2019

편지13





새벽빛에 곤히 자는 네 얼굴을 들여다본다. 요 며칠 잠투정이 심해진 너는 어젯밤에도 조금 힘들게 잠에 들었다. 육아가 처음인 우리는 네가 원하는 바를 알 수가 없어 어리둥절할 때가 많다. 네가 칭얼대면 원인도 해결법도 각자 생각이 달라서 더 우왕좌왕할 때도 있다. 그것에 지쳤다는 듯 너는 갓난아기 답지 않게 다섯 시간을 내리 잤다. 너무 오래 깨지 않는 네가 잠에 들지 못해도, 너무 긴 잠에 빠져도 늘 걱정스러운 나다. 깎아 놓은 듯 오밀조밀하게 자리한 네 얼굴 위로 은은한 불빛이 부서져 내려앉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너는 유난히 작고 낯설다. 매일 아침 내가 이런 작은 생명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에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 시간은 아직 이른 오후지만 불을 끄고 네 옆에 누웠다. 어제오늘 나는 젖몸살로 너를 살뜰히 봐주지 못하고 있다. 네가 울면 겨우 일어나 젖을 물리고 다시 눕히는 정도다. 그런 사실을 알아서 그런 건지 몰라서 그런 건지 너는 갑자기 철저하게 모유를 거부하고 분유를 왕창 들이켰다. (나는 서럽게 울며 ‘단유’를 검색했다.) 위로가 필요한 나는 네 아빠 냄새가 나는 베개를 끌어안고 끙끙대며 어서 퇴근시간이 되기를 기다린다. 너와 둘이 남은 방 안에 나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상에, 이렇게 외로울 수가.


오늘은 네가 태어난 이래 가장 더디게 지나가는 날이다. 내 기억 속에 미안함으로 남을 하루. 제발 빨리 지나가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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