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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Aug 06. 2019

편지14





처음에는 뭔가 불편하다는 듯 늘 인상을 쓰던 네가 요즘 부쩍 방긋방긋 웃음이 많아졌어. 여전히 칭얼댈 때도 많지만 배시시 퍼지는 너의 웃음에 육아로 피곤했던 마음이 녹아내린다. 기대지 않으면 안 되던 머리를 너는 이제 흔들거리더라도 스스로 가누어 보겠다는 듯 매번 안간힘을 쓴다. 아직 두 달도 못 채운 너인데 벌써 많이 커버린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슬쩍 들기도 하는구나. 나도 모르는 새 너에게 웃음보다는 그저 때 되면 기저귀를 갈아주고 젖을 먹일 줄만 아는 무표정한 얼굴만 보여주고 있었던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오늘 너는 집안일을 하는 나를 조용히 바라보다 혼자 스르르 잠들었다. 어디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도 몰라 버둥대는 너와 씨름 아닌 씨름을 하던 첫 달을 보내고 나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그래도 살결이 닿는 것을 좋아해 팔베개를 해주면 평소보다 더 깊이 잠들어버리는 귀여운 아가. 아직은 엄마도 아빠도 알아보지 못하겠지만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너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지켜보고 있단다.


우리는 이제 여름의 한가운데에 있다. 그동안 네가 한번 아팠고, 내가 한번 아팠다. 나는 바람이 선선해 지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호기심 많은 너에게 이곳저곳을 보여주고 싶다. 너는 기억 못 해도 내가 기억할 테니. 새로운 곳에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눈을 반짝이던 사랑스러운 너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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