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겨울이 가고...

by 일랑



김밥을 싼다.

도시락 메뉴로도 좋고

뭐든 넣으면 뚝딱 한 끼가 되니 좋은데

사실 김밥을 잘 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말 때 헐렁하거나

썰 때 너덜너덜하게 되거나

말렸던 게 풀리거나 하며

제대로 된 한 줄을 기대하기 힘들던 초보를 지나

이제는 제법 모양을 낸다.


나는 김밥천국 이전의 시대를 살았고

소풍이나 운동회에는 각자 싸 온 김밥을 먹었다.

그때는 모든 엄마가 당연히 김밥을 쌀 줄 안다고 생각했다.

내 입에는 너무 크네, 좀 짜네, 속재료 중에 뭐는 싫으네하며 트집도 많았다.

행사에 맞추어 김밥을 말기 위해서는

미리 재료를 사서 손질해두어야 하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시작하는 데다

매일 만드는 게 아니니 실수가 많다는 걸

아이인 나는 알 길이 없었다.

그 와중에 애 입맛에 맞는 거 하나,

몸에 좋은 거 하나 더 넣다 보면

옆구리는 터지기 일쑤고

입을 아무리 벌려도 들어가지 않는

대왕김밥이 되는 게 엄마의 사랑이라는 걸

아이인 나는 알 리가 없었다.




나의 아이를 위해 김밥을 싼다.

허접한 김밥을 흐린 눈 하고

도시락에 넣어주던 초보 시절을 지나

제법 남들에게도 나누어 줄 정도의 김밥을 만다.

엄마라면 다 김밥을 쌀 줄 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어려운 게 김밥인 줄 이제야 안다.

이렇게 큰 사랑인 걸 이제야 안다.


캐나다의 혹독한 겨울이 간다.

슬그머니 해가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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