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으로 가는 길

by 일랑




눈이 많이 내리는 동부는

겨울 내내 엽서 속 동화마을같이 뽀얀 하얀색의 풍경이 아니다.

주차장 코너마다 눈이 쓰레기더미 같이 쌓여있고

흙과 뒤엉켜 지저분해진 슬러시가 도로의 양 끝을 점령하여

겨울이 끝날 때까지 통행을 방해한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가까이 보면 그렇지 못한 그림이다.


오후 날씨가 영상으로 올라오자

얼음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다.

포근하던 눈이 사포같이 거친 얼음이 되고

여기저기서 날카로운 고드름이 자라난다.

블랙아이스로 뒤덮인 길에서

아이들은 슬라이딩하며 놀기도 하지만

어른들은 중심을 잡느라 애를 먹는다.


달력은 3월로 접어들어 봄이라는데

뺨에 닿는 계절은 봄으로 가는 길을

쉽게 내어 주지 않는다.





그래도 이번 겨울 참 따뜻했다.

날씨가 추울수록 서로 부둥켜안은 품이,

폭설로 등교가 취소된 날

창 밖으로 함께 구경하던 풍경이,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하던 도시락과

뜨끈한 국물로 채워지던 아침이,

하교 벨이 울리면 달려 나와

안겨오던 너의 귀여운 부피가

춥고, 그럼에도 따뜻했던 올해 겨울 기억으로 남았다.


그러니 봄은 조금 천천히 온들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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