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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Jun 23. 2017

일기17_거꾸로 넘긴다

왼손잡이가 책을 고르는 법




나는 왼손잡이다. 웬만한 것은, 특히 무게감이 있는 것은 왼손으로 들거나 잡는 게 자연스럽다. 책을 고를 때도 오른손보다는 왼손으로 힘주어 잡는 게 편하다. 그렇다 보니 무심코 뒤에서부터 앞으로 넘기며 훑게 된다.


마지막 장은 작가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여운을 남기는지, 똑 부러지게 결론짓는지. 사진으로 끝내는지 아니면 에필로그를 첨부하는지. 마지막 장이 마음에 들어야 조금 더 넘겨 랜덤 한 중간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보고 싶어 지고, 또 그게 마음에 들면 아예 책을 고쳐 들어 첫 페이지로 간다.




사람을 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 같다. 처음에는 멀리서 관찰하다가 짧은 마주침과 대화로 이어지는 동안 어딘지 모르게 호감이 가면, 비로소 그 사람을 마주 보고 들여다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당신이라는 사람을 첫 페이지부터 찬찬히 읽기 위해 고쳐 드는 순간 아마도 이미 빠져버린 것이리라.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하면 처음 멀리서 지켜보던 뒷모습까지 이해하게 되겠지. 아름다운 엔딩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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