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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Jun 22. 2017

일기16_지하철 풍경

아침, 시작, 일상




지하철 개찰구에 1000원(아침 6시 반 이전 이용객에게 부과되는 조조할인 요금)이 표시될 때마다, 괜스레 내가 열심히 살고 있는 느낌이다. 일찍 시작하는 하루를 250원과 함께 인정받는 느낌이랄까. 피로를 떨치기 위해 마시는 5천 원짜리 커피값은 생각도 안 하면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문득 떠오르는 기억 하나가 있다.


예전에 한 번, 첫차로 출근할 일이 있었다. 5시 15분에 출발하는 차를 타는 것은 평소 일찍 다닌다고 자부하는 나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그렇게 타게 된 첫 차의 풍경은, 많은 사람들에게 하루의 시작이 아닌 끝이었다. 밤새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어깨는 지금까지 내가 본 그 어떤 무게보다 잔인하리만큼 무거운, 삶이라는 추에 짓눌려 있었다. 그날의 일기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 "첫차를 탄 어느 누구 하나 눈물겹지 않은 사람이 없다"라고. 정말이지 이상하게 그 첫차에서 나는 눈물이 났다.


열심히 산다는 말은 쉽게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열심히'라는 단어가 목이 메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치열하게 사는 누군가가 있더라. 오늘의 끝과 내일의 시작 그 모호한 경계에서 첫 차에 몸을 싣는 누군가의 고된 하루가 조금 덜 무겁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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