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비리그 Nov 22. 2024

서른두 살의 관계

나는 왜 친구가 없지? 관계를 맺는 게 왜 어렵지? 

만족하는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는가요?

인간관계가 힘들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좋았던 관계가 흐트러져 회복하려고 노력 중인가요?

관계에 지쳐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있나요?


나랑 연락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사람들과 깊이는 얕은가요?

연락하는 사람은 적지만 자주 만나고 깊이가 깊은가요?


학생 때는 내게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공부보다 더 중요했다.

친구가 전부였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목숨을 걸었다.

공부는 항상 뒷전이었다.

우리는 매일 똑같은 옷, 교복을 입고 지냈고

친구들과 나의 목표는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른 채 '좋은 대학교 가기'였다.

우리의 대화의 공통주제는 연예인, 미래에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남자친구를 만나고 싶은지였다.

대학에 가면 우리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어른들의 말을 믿고 하기 싫은 공부를 했다.

미래에 대한 현실을 알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공부만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면 된다.'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른 채 책상에 앉아서 좋아하지 않는 수학과 씨름했다.


우리는 공부하다가 지치면 친구들과 모여 대학 가면 뭐 할 거야부터 우리 같이 여행 가자, 예쁘게 화장하고 미팅도 하자, 와인 한잔하면서 스테이크 썰자라고 하고 싶은 것들을 말하면서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었다.

내게 소중했던 건 그들이었기 때문에 그들과 그 당시처럼 관계가 계속 지속될 줄 알았다.


수능을 망했지만 나는 자유가 될 생각에 신이 났었다.

재수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죽고 못살았던 그들 중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간 친구들도 있었고 재수를 하겠다고 학원을 알아보는 친구들이 있었다.

매일 함께했던 그들이 뿔뿔이 여러 지역으로 흩어졌다.

인생 처음으로 새로운 지역에 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였다.

두려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어떤 새로운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도 됐다.

새로운 사람에 신경을 쏟다 보니 자연스레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소홀하게 됐다.

관계에 대해 말해줬던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그때는 어떻게 친구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는지 몰랐다.

새로 사귄 친구들이 나를 좋아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커서 고등학교 친구들은 뒷전이었다.

못 마시는 술자리에 가서 술도 마시고 기숙사에 살면서 대학교 친구들과 친분을 다졌다.

나는 영문과였기 때문에 확실하게 취업을 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취업에 대한 불안으로 이것저것 하면서 스펙을 쌓기 시작했다.

내가 먹고 살길을 찾아야 하는 생존의 위험에 처하자 자연스레 모든 관계를 소홀히 대했다.

'다들 나와 마찬가지로 먹고 살길을 찾아야 하는데, 바쁜 나를 이해해 주겠지.'라는 마음이었다.

취업을 위해 스펙 쌓는데 집중했다.

나는 공부보다는 경험을 택했다.

남들과 다른 경험을 쌓고 싶어 해외로 많이 나갔다.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갔었고, 무역회사에 인턴 하러 태국에서 지냈다. 

그리고 마지막 경험이라 생각하고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택했다. 

캐나다에서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컬리지를 다녔고 취업을 해서 자리를 잡았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런 선택들을 하면서 오고 갔던 인연들이 많았다.

내 실수로 친했던 인연과 멀어진 적도 있고, 

그 당시에는 친했으나 서로 결이 맞지 않아 시간이 흐르면서 멀어졌던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인연은 몸이 멀어지자 마음도 멀어졌다.

수많은 인연 중 현재 내 옆에 남아있는 친구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세월이 흐르니까 서로 만남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만나짐을 알았다.

연락하고 만남을 가지는 과정에서 한쪽만 희생하면은 절대 그 관계는 좋은 관계가 유지되지 못한다.

한 사람의 일방적인 관심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한 사람의 힘만 들어가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반드시 지친다.

인간관계에서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것은 균형을 잃게 되고 서운함만 남는다.


취업을 준비할 때는 취업이 자신의 인생에 1순위가 되어 친구 관계는 뒷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취준생들은 취업으로 가는 길은 좁고 많은 지원자들로 마음이 불안해 예민해져 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뭐든지 안 보고, 안 하고 싶기 때문에, 

이 시기에 나를 힘들게 하는 친구가 있으면 좀 더 좋게 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음에도 감정적으로 힘들어 확 김에 손절할 가능성이 높다.

친구가 취업준비나 공부하느라 바쁘면 응원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 친구가 여유로워질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도 방법이다.

나 역시도 바빠져 친구에게 소홀할 때가 분명히 올 것이기 때문이다.

각자 삶이 바빠 몸이 멀어져도 서로를 잊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

일 년에 몇 번 제대로 보지 못해도 멀리서 응원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나는 토론토에 거주하고 있어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놀러 갈 때 가지 못했고,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들에게 항상 미안하고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십 대 초반, '한국에 있었을 동안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그들을 만 날걸.'라는 후회가 든다.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기에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그들과 연락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어쩔 때는 나만 연락하고 나만 노력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서운할 때도 있지만 그게 뭐가 중요한가.

인생은 그런 것들 때문에 삐지고 다투고 할 정도로 길지 않다.

작은 것들로 서운해서 마음 상하는 일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니 아무것도 재지 않고 내가 연락하고 싶으면 그냥 연락했고 지금도 그렇다.

그들이 나와 연락을 하고 안 하고의 마음은 그들에게 넘겼다.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단답으로 왔다면 그것은 그들의 마음이니 존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크게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아무리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가진다 해도 그들의 마음이 그런 한데 어찌하겠는가.

나와 멀어지고 싶은 사람을 억지로 붙잡아 내 옆에 놔 둘 생각은 없다.

내 사람들한테 최선을 다하되 그들이 멀어지려고 하면 마음은 아프겠지만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놔주려고 한다.

물론 그러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대화를 해보려고 하겠지만.


어릴 때 '우리 평생 친구 하자.'라고 했던 베스트 프렌드와 연락이 끊겼다.

취업 때문에 힘든 시기에 서로 간의 배려가 부족해서 서로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나는 그 친구를 다시 사랑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데 그 친구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나 보다.

아니면 평생 동안 관계가 회복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다 잃은 것처럼 마음이 힘들었다. 

다시 이어지고 싶은 마음에 관계에 집착했다.

집착은 그 친구에게 부담만 줬고 반감을 사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학창 시절을 함께했던 그녀는 나를 떠나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와 결이 맞는 새로운 사람이 빈자리를 채웠다.


어릴 때는 넓고 얕은 관계를 많이 했었다면 30대 초반인 지금은 좁고 깊은 관계를 선호한다.

결이 비슷하고 마음 맞는 사람 몇 명과 어떤 이야기든 마음 편하게 하는 대화들이 좋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에서 빚어져 나오는 단어들과 문장들이 좋다.

서로 단점을 고치려고 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봐주면서 함께 있는 시간들이 좋다.

함께했던 과거, 같이 있는 현재, 앞으로 함께 할 미래를 오가면서 얘기를 하는 시간들이 좋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본 것 같은 편안함이 좋다.

헤어질 시간이 다 되어 아쉬운 마음이 들 무렵, 자고 갈래?라는 그녀의 물음에 신나서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그 밤을 어떻게 뜻깊게 보낼까 생각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좋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각자 취업하랴, 연애하랴, 이직하랴 바빠서 잘 못 봤지만 한 번 볼 때마다 만나지 못했던 세월이 무색할 만큼 서로 충만하게 채워주는 에너지가 좋다.


다만 서로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에 

얘는 오랫동안 나랑 봐와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나를 알 거야.'라고 생각하며 배려하지 않고 무심코 말을 하게 되면 의도치 않게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친해도 배려와 존중이 담긴 말투와 태도로 항상 상대방을 대해야 한다.

똑같은 말이라도 말투가 거칠고 말을 전달하는 태도가 좋지 않으면 몇십 년이 됐든 잘 쌓아온 관계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전달하는 말의 내용은 똑같지만 그 내용을 어떤 말투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서로 상대방의 말을 온전히 듣고 집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대화를 할 때 나에 대해서는 묻지도 않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사람이 있다.

남이 묻지 않았을 때 내 얘기를 하는 것이 어려웠다. 

남이 나에 대해서 물어주지 않으면 내 얘기를 못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그랬다.

옛날에는 남이 나에 대해 물어봐주기만을 기다렸다. 

기다리다가 결국 내게 묻지 않으면 나만 감정이 상했다.

그 시간은 친구와 대화를 했다고 할 수 없었다. 

내게는 일방적으로 듣기만 했던 시간이었다.

나는 더 이상 벙어리처럼 내 얘기를 못하는 상황이 싫었다.

상대가 자기 얘기를 많이 하는 사람이면 나도 그냥 내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 친구에게 말했다.


"나는 상대방이 물어주지 않으면 내 얘기를 꺼내기 어려워하는 편이야. 그래서 본인의 얘기를 잘하는 사람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 

나한테도 내 생각이 어떤지 내 감정이 어떤지 물어봐줄 수 있어? 

그러면 나도 내 마음을 너한테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고 고마울 것 같아."


어떤 고민을 얘기하기 시작하면 그것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려는 친구가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에 대한 생각은 어떤 누구보다도 본인이 많이 그리고 깊게 생각한다.

그 친구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대부분 나도 이미 오래전에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 친구는 물론 내게 도움을 주려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거겠지만 사람마다 지내온 환경과 좋아하는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 해결책이 나한테 맞으라는 법은 없다.

사람은 자기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 답이 맞는 거처럼 신나게 얘기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자기가 했던 방법이 답이 되기는 어렵다.

친구가 고민을 털어놨을 때 온 마음을 다해 리액션을 해주고 들어주기만 해도 큰 위로가 된다.

본인의 고민을 얘기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입은 잠시 쉬고 귀를 열어 온 마음을 다해 친구의 얘기를 들어주자.


다들 마음, 취향, 자라온 환경,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의 이야기가 나한테 와닿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럴 때는 너는 왜 그래? 네가 잘못했네. 이런 말투로 말을 건네어서는 안 된다.

그때는 상대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이 필요하다.

마음을 헤아리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그런 의도로 한 것이 아닌데 상대방이 다른 의도로 받아들여 오해하고 감정이 상한 경우가 많지 않은가?


알아주겠지라고 기다리거나 말을 안 하고 넘어가지 말고 말을 똑바로 전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가족들 사이에서 그렇다.

매일 보는 가족들에게는 '일일이 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라는 마음을 갖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랬다. 


사고가 난 지 8개월 후 한국에 갔다.

한국 가기 전에는 "언니, 사고 후 몸, 마음 추스르느라 수고 많았어. 오랜만에 한국 오니까 오면은 같이 여행도 가고 우리 재미있는 거 많이 하자."라고 여동생이 말했다.


"응, 고마워! 그래 그러자!"라고 답했다.


나는 한 번 내뱉은 말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사고로 인해 토론토에서 힘든 시기를 거치고 한국 가서 오랜만에 가족들이랑 갈 여행에 약간의 기대를 가졌었다.


여동생은 내뱉었던 말과 달리 항상 바빴다.

바쁜 건 이해했다. 나도 일을 하면 정신없이 바쁘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선약한 여행은 가면서 나와 약속했던 여행은 갑자기 못 가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자기가 맡은 일이 있는데 이걸 정해진 시간 내에 다 끝내야 해서 여행을 못 간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해는 했지만 기분이 상했다.

다른 사람들과 선약한 여행은 가면서 나랑 약속했던 여행은 취소를 하니 나랑 한 약속을 가볍게 보는 것 같아 더 감정이 상했었다.


여동생이 "언니 정말 미안한데 내가 이러한 사정 때문에 여행을 같이 못 갈 거 같아. 나도 언니한테 내뱉은 말 꼭 지키고 싶은데 이때 아니면 내가 할 시간이 없어. 미안한데 우리 다음에 같이 가면 안 될까?"라고 미안함을 가지고 정중하게 말했다면 내 마음은 괜찮았을 것이다.


내가 마음이 상했던 포인트는 동생의 태도였다.

동생은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은 그저 상황을 넘어가려고만 했다.

나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고 서운한 점을 동생에게 말하니 동생은 그제야 '내가 말을 안 해도 언니가 내 상황을 이해해 주겠지.'라고 생각했다고 미안하다고 하며 다음부터는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매일 보는 사이면 존중과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상대방을 대해야 한다.

서운할수록 감정적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나는 너의 행동이 이러이러해서 마음이 아팠어. 

다음부터는 이렇게 하면 내 마음이 덜 아플 것 같아라고 내 마음이 너의 행동으로 인해 어떻게 아팠는지 말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너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말투가 아니라, '나는 이런 말을 들어서 마음이 아팠어. 나는 네가 한 말로 인해 내 감정이 어땠어.'로 말하게 되면 내 마음이 주체가 되기 때문에 상대방은 '내 말로 상대가 아팠구나 다음부터 조심해야겠다.'라고 생각을 할 수 있다.


"너는 왜 그렇게 행동해? 그것보다는 이렇게 행동해야지."라는 뉘앙스로 말을 하면


'네가 뭔데 나를 가르쳐 들려고, 고치려고 하는 거지?'라고 반감만 살 뿐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람한테는 함부로 말하고 막 대할 때가 많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눈치를 보며 더 잘해주는 사람이 있다.

내가 아프거나 힘들 때 항상 옆에 있어주는 사람은 누군가?

나의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은 누군가?

내 옆에 항상 있어주는 사람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배려와 존중의 말투로 대해야 한다.

가까운 상대일수록 거리를 두고 과한 기대와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너무 친밀해지면 서로 바라는 것이 많아지고 기대도 커진다.

거리가 없이 너무 딱 붙어있으면 서로 하는 일에 이래라저래라 간섭을 할 가능성이 높다.

'너랑은 대화가 안돼.'라고 서로의 탓을 하게 되어 다툼이 잦아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항상 내 옆에 있는 것이 익숙해지게 되면 감사함보다는 당연함으로 되어 나도 모르게 함부로 할 때가 있다.

나 역시도 항상 내 옆에 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지고 익숙해진 약혼자에게 옆에 있다는 이유로 화풀이를 했던 적이 많았다.

배려와 존중의 말투로 그에게 다가가지 못할 때가 많았다.

사람마다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데 그의 생각을 존중하지 못했고 나와 똑같기를 바랐다.


내가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해줬던 그에게 못된 마음을 먹은 적도 있었다.

그가 거절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에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거침없이 말하기도 했었다.

나만 생각했던 이기적인 사람이었고 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나는 그로부터 서로 존중할 수 있는 거리를 두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서로 존중과 배려의 마음으로 바라볼 있는 거리가 없어서 나는 그에게 선을 넘었고 그는 선을 넘은 나를 그냥 받아줬다. 

내가 선을 넘어서 그는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선을 넘은 내게 선 넘지 마라고 단호하게 말을 했었으면 나는 정신 차리고 좀 더 그를 존중과 배려의 마음으로 대했을 텐데,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상대방이 선을 넘는다면 선을 넘지 마라고 단호하게 얘기해야 한다.

단호하게 얘기하지 않으면 그래도 되는 사람인 줄 알고 선을 더 넘게 된다.

선을 넘는 순간 둘의 관계는 무너지기 쉽다.

배려와 존중의 거리를 두면 상대방과 나는 더 애틋해지는 마음을 가져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다.

서로 의견과 생각이 같을 수 없음을 인정하고 서로 다른 점을 있는 그대로 봐주고 사랑해 주는 것이다.

다름을 인정할 때 서로 바라는 것 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상대방을 더 사랑해 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 채 자기 생각만 가지고 '이것을 해주면 그(그녀)가 좋아할 거야'라며 해주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을 위해 무언가를 해줬지만 뜨뜻미지근한 상대방의 반응에 서운함이 몰려올 때가 있다.

상대방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서 해줬지만 내가 생각했던 리액션이 돌아오지 않을 때는 그들의 마음은 나와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어떠한 이유에서 서운한 마음이 들 때,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상대에게 표현을 해주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하는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서운함은 더 커진다.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는 모른다.

상대방 탓을 하지 말고 본인이 어떻게 느꼈는지 말하면 된다.

솔직한 감정을 말한 것만으로도 서운했던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관계를 잘 유지하고 맺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서로 바라는 것 없이 기대를 가지지 않는 것, 

무엇을 바라지 않고 그냥 상대가 좋아서 관심을 가지고 상대방을 알려고 하는 마음이다.

서로 알아가려는 노력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대화를 할 때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 사람을 바꾸려고 들지 않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온 마음을 다해서 경청할 수 있는 자세로 대할 때 나는 상대방에게 계속 연락하고 지내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된다.


대화를 할 때는 '나는 너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라는 리액션을 하면서 최선을 다해 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상대방의 행동을 판단하지 말고, '너는 그때 그런 마음이 있었구나.' 하면서 인정해 주고 받아들여주면 된다.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거나 가르치려고 하면은 상대방에게 의도치 않는 상처를 남기게 된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처한 상황, 자라온 환경,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내 말이 옳고 너의 말은 그르다는 없다.

결이 비슷하고 나와는 취향과 자라온 환경이 다른 사람만 존재할 뿐이다.


80억 명이 넘는 인구에서 자신과 결이 비슷하고 취미, 취향이 비슷한 사람, 생각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나의 변화를 먼저 알아채는 사람, 

나에 대해서 궁금함을 가진 사람, 

내 목소리에 미세한 감정의 변화를 알아채리는 사람이 있다면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다.

그런 사람들은 어떤 무엇과도 절대 바꿀 수 없다.

내 곁에 있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고 깊이 알려고 노력하기에도 시간은 모자라다.


기회가 닿는 대로 새로운 경험으로 함께 추억을 만들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와의 소중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행복하고 풍부한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이 아닐까?






'내 마음과 네 마음은 다를 수 있어.'

"너의 마음이 궁금해"

'내가 이렇게 느끼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내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


-관계의 언어, 문요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