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저편으로 순간이동
몇일 전 나를 보며 떠오르는 문구가 있어 저장해두었다며 전달해준 고마운 분이 있었다.
"향은 수천 마일 밖과
그동안 살아온 모든 세월을 가로질러
당신을 실어나르는 강력한 마법사다.
곱씹을 수록 좋아서 메모장 한켠에 자리를 내어드렸는데. 그 이후로 몇일 뒤 책을보다가 갑자기 불현듯 써든리 저 문구를 우연히 마주하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아니 무려 헬렌켈러 선생님의 말씀. 시각과 청각이 부자유로웠던 탓에 후각에 더 예민하고 세심했던 헬렌켈러. 그래서 더 향에 대한 찬사를 극진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후각의 특이성을 나타내는 푸르스트효과
어느 특정 냄새가 그것과 관련된 기억이나 감정을 소환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서 주인공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 향기를 맡으며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냄새는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잠겨 있던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마음속 깊이 남아 있는 후각의 경험이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현상, 이걸 '프루스트 효과'라 부른다. 강력하게 형성된 후각의 기억에는 당시의 풍경과 소리, 느낌 등 다양한 정보들이 함께 입력된다. 냄새가 사람을 추억 속으로 순식간에 이동시킬 수 있는 이유다.
나에게도 늘 맡아도 언제나 기분좋고 늘 어디론가 나를 데려가주는 그런 기억이 함께 박제된 향기가 몇몇 있다.
나그참파 인센스를 맡으면 맥주 마시며 수영만 하면되는 발리로 순간이동이 된다
비에 젖은 숲향기를 맡으면 제주도 사려니숲길이 펼쳐진다
라일락향을 맡을때면 야자땡땡이치고 떡볶이 먹으며 낄낄거리던 고등학교 시절 그동네가 생각난다 (회사 땡땡이치고 싶은날엔 자주 라일락 핸드크림을 바르며 심신의 안정을 취한다. 유년 시절로의 회귀)
니베아 핸드크림 냄새를 맡으면 여섯살 어린 내 동생 분유 몰래 먹던 철없던 시절이 생각난다
옥수수 냄새를 맡으면 할머니네서 땀흘리며 감자캐고 고추따던 땀흘리는 어린시절의 여름방학이 떠오른다
복숭아 향을 맡으면 세상에서 싫은게 잘 없는데 유독 복숭아껍질 알러지로 가려움을타는 우리 엄마가 생각이 난다
오뎅탕냄새만 맡으면 이상하게 스키장이 가고싶다
생장미향을 맡으면 꽃선물을 받았던 그날이 떠올라 내가 한뼘 귀해진다
그리고 또 뭐더라. 너무 많지만. 향이 지닌 신비한 힘. 향이 지닌 신묘한 힘. 아무튼, 향에는 잊고있던 기억 저편속으로 사라진 추억을 소환해내는 순간이동의 마법이 있다. 그나저나 오늘 방콕인데 또 어디로 불현듯 떠나볼까. 마담푸르스트의 비밀정원 한번 더 봐야겠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 영화 아로마테라피 여름영화다.
특정 기억이 스냅샷처럼 소환되는 당신만의 향기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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