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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녀 Aug 04. 2022

소비자에서 생산자로의 경험

향기를 빚는 일, 비누를 만듭니다

나만의 인생취미를 찾고 싶은 원데이 클래스 순회시절. 나에게 맞는 취미생활은 뭘까. 취미를 바꾸는것이  취미인가 하며. 여기저기 원데이클래스를  많이도 들었다. 꽃꽃이부터 도마만들기 맥주만들기 도자기 만들기 케이팝댄스 그림그리기 캘리그라피 등등. 유행하는건  들었다고하면 맞겠다. 그러다 바다에 빠지듯이 풍덩 빠지게 된것이 있었으니. 바로바로 비누만들기.


 

운명적인 조우 -  비누, 만나서 반가워

어떤 연유에서인지 이것저것 듣다가 듣가가 듣다가 비누만들기 원데이클래스를 친구와 수강을 하게 된다. 향을 워낙 좋아하고, 색에 민감하고 또 비누라는 형태 자체를 좋아했던 터라 지금 생각해보면 자석처럼 끌려 들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것 같은데. 예쁘기만 한게 아니라 (예쁜 쓰레기가 아니라) 실용적이라는 점도 맘에 들었다.


내가 원하는 색으로 색을 내고 향을 섞고 커팅을 하고 도장까지 찍어보는 그날을 기점으로 나는 비누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과학 실험 같기도 화학실험같기도 미술시간같기도 한 이 비누만들기는 그 시간 만큼은 나를 어딘가 다른 행성에 데려다주는 몰입의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아무 생각없이 멍때리며 주걱을 젓는 그 시간 또한 힐링이었다.


원하는 피부 타입에 따라서 피부 고민에 따라서도 지성이든 건성이든 원하는 천연분말을 넣는 친환경적인 것은 물론, 화학성분이 전혀 없는 것은 물론.  향도 색도 모두 내가 원하는대로 만들 수 있는 맞춤 정장같은 매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 에센셜오일, 아로마오일이라는 녀석이 주는 그 효능과 안정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아로마테라피라 불리는 원료 본연의 참 치유의 힘이 고스란히 느꼈다.


내가 만든 당근비누. 이쁘쥬???



소비자에서 생산자로의 경험, 소퍼 (Soaper)

비누를 만들면서 느낀 큰 소회중 하나는 왜 그렇게 광고주들이 오티 때 우선순위 없는 많은 USP를 다 담아달라고 했는지를 몸소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담아. 이것도 담아. 저것도 담아. (아니 핵심적인 가치 하나만 전달하면 안되냐고요. 여러개 던져도 사람들은 하나밖에 기억못한다고요)


아뿔싸 그런데. 이것저것 좋은 재료들을 골라골라 담아 담아 넣다보니 “이렇게 좋은 재료를 다 넣어서 효과가 이렇게 좋은데, 소비자들이 다 알아줄 수 는 없을까? 내 새끼 오구오구 자랑좀 해줘요.”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자랑하고 싶은 광고주의 그 마음을 깊숙히 체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또 재미있는점 하나는 대행사를 떠나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을 하게되면 똘똘한 USP 꼽는일이야 당연하게 할 줄 알았는데. 지금도 핵심 USP를 뾰족하게 꼽는일은 너무나도 아직도 많이 어렵고 알수록 더 어려워진다.


운동하고 쓰면 시원한 멘솔비누와 트러블 케어에 좋은 어성초비누



직접 비누를 생산자로써 내 손으로 만들어보니 소비자로써 제품을 비교하면서 고르면서 볼때와는 다른 관점이 생겼다는 것이 수제비누 만들기라는 취미의 장점이라면 장점일 것이다.


또 비누를 만들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플라스틱 사용량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환경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살면서 몸소 실천하기는 어려웠던 친환경에 대한 부채의식을 조금이나마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조금 번거롭지만 주방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플라스틱 세제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비누로 바꿨다. 무의식적으로 쓰고 있던 플라스틱을 하나라도 줄여보는 것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 괜시리 스스로 뿌듯했다.         

   

김콘치 작가님 엽서를 모티브로 만든 디자인비누. 이쁘쥬?


향에 빠져서 향을 빚는 비누에 빠져서 넘실대던 그날 그날의 기록들. 디자인 비누의 최대 단점은 만들기가 손이 많이가고 힘이들고 고되고. 만들어 놓고나면 아까워서 못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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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사진 출처: pexels. cottonbro님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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