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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녀 Aug 05. 2022

아둥바둥에 대하여

물속에서도 물밖에서도 왜 그러는데

시원한 물 사진 보고싶어서 써보는 오늘의 몇 글자. 더워서 밖에 나가 돌아다닐 생각이 안들다보니 어쩌면 매일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좋은거지? 강제적 집콕. 어디 나갈 기력이 없다.   


스쿠버다이빙 동호회를 하고있다. 바야흐로 대학 어학연수 시절 호주에서 밥먹고 매일 라군에서 수영만 하던 그 시절. (어학연수라 부르고 수영하다라고 쓰다;;;) 그때 머물던 액티비티의 천국 케언즈에서 다이빙을 만나게 되었다. 무려 니모를 찾아서 애니메이션의 배경지인 그레잇베리어리프에서 인생 처음으로 펀다이빙을 하게 되었고. 몇년 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그때의 아름답고도 호사로운 기억과 물의 질감이 눈에 계속 밟혀 돈벌면 꼭 내가 다른건 안해도 다이빙동호회는 꼭 해야지 결심했었다.  


그렇게 시작하게된 다이빙 동호회. 파도치는 바다로 바로 나가지 않고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깊은 수심의 다이빙 전용 수영장에서 기본기부터 꼼꼼히 익힌다. 물에 대한 필수적인 적응력과 더불어서 기본적인 호흡법. 안정적인 자세. 마스크 물빼기. 중성부력 연습 등을 한다.


어푸어푸 총총총. 인어공주를 꿈꾸며 유영한다. 나만의 물의 조각을 새긴다.  


일단 나이 먹고서 어른이 되어? 다이빙을 시작하면서 좋았던 점은 물론 여러가지 귀여운 치어와 같은 물고기부터 누디. 큰 거북이를 보는 것들도 좋았지만. 일단 물 자체가 너무 좋았다.


물에 들어가면 그냥 시원~ 했다. 그리고 물안에서의 몸짓이 무언가 자유로웠다. 자유했다. 그 기분이 그냥 좋았다. 그리고 고요했다. 물속에서 시끄러운 세상과 단절된 그 조용~ 함이 좋았다. 나이가 들 수록 나는 시끄러운게 싫고 나는 조용하고 고요한것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걸 또 새삼 알게되었다. (어릴때 클럽은 어떻게 왜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다닌거야)


바다의 우주. 바다는 또 다른 행성같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는 아니 바닷속은 자유하다. 고요하다. 그리고 묘하다.

물안에 들어가면 무엇보다 중성부력 연습을 하면서 숨을 들이마시면 몸이 뜨고 뱉으면 가라앉고. 그게 참말로 너무 신기했다. 몸이 마치 내가 풍선이 된 느낌. 참 단순하다. 마시면 뜨고 뱉으면 가라앉는다. 내가 내 몸을 자유자재로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그 느낌이 참 좋았다.  물안에서는 보글보글 거리는 공기 방울소리와 내가 숨쉬는 호흡의 소리만 들리는 그 고요함까지. 이게 물뽕이라지 아마?


물속에 들어가면 인어공주인척을 하기도

가끔 떠내려간 페트병 쓰레기를 줍는 착한일을 하기도 한다. 이럴 땐 에코다이버 인척 주워서 꾸겨서 바다가 아프다며? 누군가를 욕하며? 밖으로 가지고 나온다.

거북이 졸졸졸 따라다니다가. 버디 잃어 버리는 일도 있다. 같이가~

가끔 운좋으면 수채화 같은 사진도 얻게 된다


아니 그런데. 물속에서는 그 자유함이 라는 것이 좋아서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아서 물속에 들어가는건데. 코로나 때문에 다이빙을 오래 쉰 탓도 있겠지만 너무나도 오랜만에 간 울릉도 바다에서는 제대로 된 아둥바둥을 경험했다.   

경치좋은 울릉도. 신난 일행들.

다들 너무 자냐자냐 신났자냐. 울릉도 경치가 너무 좋자냐.  그와중에 혼자 이퀄도 안되고. 입수도 늦고. 몸두 아둥바둥. 요지경. ^^  물속에서 혼자 자문자답중인 나.


나: 아니 놀러와서. 물속에서도 내가 이렇게 아둥바둥해야해?


나: 연습을 하면 되잖아?


나: 아니 물 안에서 자유가 좋은건데.

     물 밖에서도 물 안에서도 내가 아둥바둥해야해?


나: 아니 연습을 하면 되잖아.


나: 물속에서도 물밖에서도 왜 아둥바둥 해야되는거냐고


나에게 화를 내며 자책을 해보지만. 아둥바둥 하는 내가 싫을 뿐이지 바뀌는 건 없다.



그렇게 아둥바둥에 대하여 생각하던 중. 안정정지를 하다가 만난 부시리떼. 실화다. 찰나지만 만났다. 울릉도에서 이녀석들을. 이것은 강림하신 어복이다. 이래서 이맛에 암만 아둥바둥거려도 또 정신못차리고 또 물에 들어가는거지 나.


그건 그렇고. 아무래도 오늘의 결론은.  아둥바둥 거리고 조금 서툴고 낯설어 몸이 힘들 지언정 바다를 좋아하는 그 마음이 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물속에서의 아둥바둥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장비를 사야겠다. 장비를 사고싶어서 나자신에게 허락하기 위해 쓰는 글이 맞다 (히히)



[보너스 트랙]

다이빙 하면 물고기 많이 봐서 재밌냐고들 하는데. 물속에서는 물고기나 산호, 난파선 등 볼거리가 물론 다양하고 많지만. 수중 결혼식도 하고 육지에서와 같은 많은 일들을 한다. 우리 동호회 개구쟁이 만렙 다이버들은 서로 웃길려고 안달이다. 역사에 길이 남을 레전드 사진을 위해 애쓴다. 가끔은 고려장 흉내를 내기도 하고.   

장풍을 대차게 쏘기도 한다. (아마 우리 동호회 사람들 개그맨들만 모인거 맞죠?)

 올해의 어복이 허락하기를 바라며.

위즈다이브 형상화 W. 마크


사랑해요 위즈다이브. 저만 잘하면 되는거 잖아요. 모두 올해 안전 다이빙과 어마무시한 예기치 못한 어복 기도합니다. 어복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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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alomost #바왕 #pofthe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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