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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녀 Jul 12. 2022

엄마 몰래 타투를 했습니다

사랑한다 내 딸 이라고



몇년 째 물이 좋아 바다가 좋아 어떤 계시?로 우연으로 스쿠버 다이빙 동호회를 하고 있다. 우리 동호회에는 유난히 다이빙 동호회 답게? 냉탕갔다 온탕갔다 반복하기를 좋아하는 자극형. 10키로가 거뜬히 넘는 어깨가 부서지는 장비를 매고도. 바다 한번 들어갔다 나오면 다 까먹어버리는 단순형. 계획이라는 건 개나주라는 필가는 대로 마음가는대로 흐름대로 사는 욜로족. J들이 함께 있으면 답답해하고 혀를 끌끌차는 극강의 P형이 유난히 많은것도 참으로 재미있는데.



그건 그거고. 무엇보다 우리 스쿠버 다이빙 동호회에는 맛깔나고 또 요상하게 멋들어지는 사람이 참 많다. 그런데 더 멋있는 건 자기들이 멋있는지도 잘 모른다는 것. 그게 간지지.


동호회 특성 상 자연을 좋아하고 자유롭고 열정적이고 또 살이 보이는 (살이 보인다고 하니까 이상하네) 피부가 노출이 되는 액티비티를 유난히 많이하다보니. 타투를 한사람들도 꽤나 많다. 피부를 도화지 삼아 좋아하는 고래나. 코끼리. 나무. 꽃. 좋아하는 문구들을 멋드러지게 새긴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이번에 투어에서 만난 타투는 바로바로 요것.


동호회 회원중 한분이 팔목에 새긴 타투




사랑한다 내 딸.

이라고 엄마가 편지에 써준 글씨체 그대로를 손목 한켠에 새겨두었다.



엄마를 얼마나 어떤 지극정성으로 사랑하면 저렇게 팔목에 타투를 할 수 가 있는걸까. 타투를 하려고 마음 먹으면서 여러 의미있는 문구들을 많이 고민하던 끝에. 엄마가 항상 지켜본다는 마음으로 살고자. 저 문구를 팔에 새겨 넣었다고 했다.


엄마가 보고있다는 마음으로 살면 적어도 부끄러운 짓. 어만짓은 안하겠지하는 일종의 채찍효과. 자기검열효과. 딴짓 방지위원회 효과. 사실 내가 생각한 그녀는 엄마가 뭐라든 엄마 말은 잔소리로 생각할 것 만 같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줄로만 알았는데. 반전효과로 그래서인지 더 더 더 멋지다.

 

그런데 더 재미난 사실은 정작 엄마는 딸이 엄마 편지로 그것도 글씨체 까지 그대로 판박이로 타투를 했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신다고 한다 ^^ 왠지 알면 혼날거 같으니까. 동심파괴가 없도록 가정의 평화를 위해 평생 모르셨으면 좋겠다는 것은 필자의 의견. 알게되셨을 때 그 감동 후기도 궁금하기는 하다만.




학교 다닐 때 급훈으로 엄마가 보고있다. 쳐다보면서 공부하고 그랬었는데. 갑자기 저때 생각이 난다. 급훈으로 박제해야하는 저 문구 엄마가 보고있다가. 내 눈에는 사랑한다 내딸이라는 말로 은유적으로 세련되게 돌려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좋은 말은 매일 들어도 안질리지.

팔에 새기고 싶은 문구는 매일 봐도 새삼스럽지.

엄마 몰래 하는 타투가 제일 예쁘지.



그녀에게 "엄마가 보고있다" 는

“사랑한다 내 딸"과 아마도 같은 말이다





P.S- 이글을 읽으시는 주인공님!

엄마는 브런치 안하시니까 걱정마시고요. 다음 타투도 하게되면 구경시켜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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