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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녀 Nov 24. 2022

새로운 저녁 이야기

아침이든 저녁이든 하면 되는 거지

새로운 곳으로 출근 중이다. 학교 다니는 기분이다. 새로운 사람들에 인사를 하고 이름을 외우고 (제일 힘듬) 서로 알아가고 또 배우고. 무엇보다 출근 시간이 8시라는 점이 가장 크다. 이직을 한지 이제 한 달 남짓. 여태껏 다닌 회사를 돌이켜 보면 광고대행사 다닐 때도 그렇지만 브랜드사 마케팅팀으로 오면서도 10여 년을 가까이 늘 운이 좋게도 10시 출근을 하는 회사를 다녔다.  


사실 나는 유난히도 잠이 많은 편이라 아침형 인간이라는 말과는 애당초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또 대행사 다니던 시절에는 반복적인 철야에 늦은 출근이 어쩌면 당연한 라이프였기도했고. 하지만 이후 야근이 많지 않은 정돈된? 아니 예측 가능한 삶은 나에게 아침 시간 활용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주었다.


10시에 출근을 하면 7시에만 일어나도 두 시간 남짓의 내 시간이 있기에. 또 밑미를 그때 알게 된 것도 아주 행운이었지. 눈을 비비고 일어나면 차도 마시고 책도 보고 안 써지는 글도 쓰면서 이것저것 해보았었는데.

아뿔싸. 그런데 새로운 이 직장은 8시 출근이라. 허허. 나에게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내가 잘할 수 있으려나? 걱정 반 또 걱정 반. 출근시간이 바뀌면서 아침 루틴이 없어졌다. 출근 준비를 하고 당최 내 시간을 내서 무언가를 하기에는 아직 내가 많이 부지런하지 못하다. 출근한 지 얼마 안 된 회사에 긴장감 때문에 몸이 더 피곤해서인지. 피로도 바로 풀리는 게 아닌 터라. 내가 나를 알기에 아침에 무언가를 하는 것은 강제적으로 포기? 하게 되었다. (아침을 깨워주는 차마시기, 아로마테라피는 제외)


하지만 출근이 빠른만큼 좋은 점은 바로바로 퇴근이 빠르다는 점인데. 5시에 퇴근을 하게 되니 차 막힐 일도 전혀 없고. 무엇보다 저녁시간이 정말로 여유롭다. 저녁 약속이 취소가 될 일이 아예 없다. 그것 참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오히려 6시 퇴근 직장인들을 내가 기다려야 하는 일이 많아진다. 처음 며칠은 혼자 영화를 보기도 압구정 동네를 구경하기도 했다. 그것도 며칠 하다 보니 내 시간을 잘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루틴은 죽었지만

저녁 루틴으로 다시 살아났도다

나에게 새로운 저녁 루틴이 생겼다. 매일 출근 전에 쓰던 한 시간을. 퇴근하고 쓰기로 했다.

일단 신나게 퇴근을 한다

퇴근을 하고 인근의 카페에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내 시간을 쓴다. 책을 읽고. 다이어리도 쓰고. 밀린 생각 정리도 한다. 사실 별일 안 하지만 그냥 나랑 내가 데이트하는 시간이다. 오후에 예전엔 느껴본 적 없는 그 남들 일할 때 노는 바이브가 기분이 좋기도 하다.


에스프레소 곱빼기 주문하실게요

내일까지 잠 못 자려나요

압구정 마실

예쁜 것들 둘러보기

같이 놀아요

연말 바이브. 혼자 놀다가 밤 되는 날이 있음 주의


속절없이 두 시간 앞당겨진 출근 탓에

모닝 루틴은 저녁 루틴이 되었다는 이야기

아침이든 저녁이든 어떻게든 하는 게 중요하지. 그렇죠? 어쩌면 또 다른 이름의 지속가능성. 방법은 어찌됐던 내가 내 마음이 불편하지 않는선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다시 찾으면 된다. 그러면 된다.

오늘도 내일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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