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예뻤네 울 아빠
우리 아빠는 (자칭) 로맨틱 가이다. 화이트데이에도 박하사탕이라도 사줘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아빠는 여자치고는 상당히 애교 없는 우리 엄마를 김 군이라고 부르며 살뜰히 챙긴다. 무엇보다 아빠는 나이가 들어도 본인이 이벤트도 잘 챙기고 세심하고 다정하고 센스 있는 남자라는 것을 상당히 좋아한다. ㅎㅎ 귀염둥이
가족 여행 사진을 죄다 뽑아
분홍색 액자에 넣는다거나
(시키지 않아도 이미 알아서 A급 사진 셀렉도 마침)
가족 여행을 가는 날이면
음치이면서 엄마에게 불러줄 노래를 적어왔다며
갑자기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낸다
겨울 아이 낭만에 대하여와 같은
오늘은 엄마의 생신날. 가족들이 모여 맛나게 밥을 먹고 후식도 배부르게 먹고 콧바람도 쐬며. 떠들다가. 마실 차 들른 익산 미륵사지 석탑을 보고 나서 이 근처니 아빠가 익산 보석축제에 가자고 했다. 엄마 생일인데 예쁜 거 선물 하나 해주고 싶다고. 싫다면서 엄마는 입꼬리는 웃고 있었고.
아니 그런데 엄마가 받아도 받아도 모자라는 오늘 엄마의 생신날.
엄마: 커플링 하나 하자~
일동: ……? 갑자기?
엄마: 내가 살게~
아빠: 참~ 오래 살고 볼일이네. (웃음)
웬일로 김여사 아빠랑 커플링을 하고 싶다는 게 아닌가. 띠용. 평소 무용 소리 공연을 다니면서도 화려한 장신구는 잘 쳐다도 안 보고 집에 있는 장신구도 귀찮다 귀찮다며 하지않는 양반이 웬일 인가.
엄마는 그렇게 갑자기 처음 듣는 이야기를 한보따리 꺼내는데. 사연인즉슨, 형편상 결혼을 할때 아빠는 반지도 없이 그렇게 결혼을 했고. 엄마만 반지에 팔찌에 예물들을 받았었는데 살면서 또 시집올 때 했던 받았던 반지며 목걸이며 예물 들을 형편이 어려웠던 그 시절 휴지에 싸서 아빠를 다 줬고. 그때 다 내다 팔았던 마음이 못내 마음에 늘 걸렸었다고. 아빠 손가락에 반지하나 끼워주고싶다는게 아닌가.
엄마 생일날, 박력 있게 엄마가 아빠한테 반지 껴줌
한평생 가족 뒷바라지하랴 고생한 아빠에게 오늘은 엄마가 반지 하나 해주고 싶다고. 로맨틱 가이 아빠에게 늘 이벤트를 받던 김 군 엄마는 오늘 제대로 크게 역 이벤트를 해줬다. (이벤트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 엄마)
아니 울 아빠 손가락 길고 예뻤네. 울 아빠도 반짝이는 거 좋아했네. 어머니 아버지 늘 건강하고 만수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밤하늘의 별보다 더 빛나는
아빠의 첫 번째 커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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