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균형의 맛과 멋
소름 끼치게 균형 잡힌 얼굴의 모양. 몸의 모양을 보면. 이상하리만치 설계된 균형 잡힌 그 아름다움에 탄복 아니 절규하게 된다. 자로 잰듯한 얼굴 몸매를 보고 있자면 그 균형미에 넋을 읽고 보게 된다. 인체 공학적이라는 말이 맞을까. 단지 인형 같다 인형처럼 예쁘다는 말로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그러기에 몸의 균형, 얼굴의 균형, 균형과 대칭이 조화를 이루는 것에 늘 열광하고 그것이 어렵기에 희소성이 있기에 또 아름답다고 칭송해 마지않았는데. 무신론자도 각 잡힌 균형 잡힌 사람을 보면 넋을 잃고, 어딘가에 저 아담을 혹은 이브를 빚은 조물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게 분명하다.
더욱이 요가를 하다 보면 균형, 대칭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몸과 마음의 균형 밸런스가 중요하기 때문이 먼저일 테고. 무엇보다 인체의 신비와 몸에 대한 탐구를 하다 보면 좌우 상하의 대칭이 맞게끔 틀어진 곳이 있다면 잘 맞춰주고, 올바르게 세워주고 균형 잡힌 상태로 나아가려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일 것이다.
[출처: pexels Elina Fairytale님의 사진]
근래 들어서도 바디 파지티브에 대한 영향 탓인지 몸이라는 게 어떤 몸이 든 간에 다 개성 있고 존재 자체가 아름다워 보인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조금 더 들어가서 보면 재미있게도 이상하게도 내 취향은 어쩐지 딱 떨어지는 균형적인 것에는 감탄은 하지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균형 잡힌 것보다 불균형 상태의 비대칭의 것에 눈길이 간다. 가령 얼굴이 큰 사람이라던가. 팔이 유난히 긴 사람이라던가.
최근 어떤 분을 알게 되었다. 대놓고 말하기 미안? 하지만 식사를 하기를 몇 차례. 무슨 영문인지 밥을 먹을 때마다 어째 한쪽으로 몸을 쏠려서 식탁에 기댄 채로 밥을 먹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피곤하신 줄로만 알았고, 두 번째도 체력이 떨어져 숟가락 들 기운도 없으신가 보다 생각했는데. 친해지는 과정 속에서 그의 자세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이어나가다 보니 본인은 막연하게 코어에 힘이 없어서라고 그랬다. 자세를 반듯하게 잡는 것과는 무언가 상관없는 그의 맥락의 답변이 의아하던 찰나.
그러다가는 앉은키가 커서 그런 것 같다고 갑자기 고백?을 했다. 사연인즉슨 남들보다 다리가 짧고 허리가 유난히 긴 체형이라 앉은키가 큰 것이 본인 콤플렉스였는지. 앉은키가 작아 보이고 싶은 마음에 몸을 한쪽으로 치우쳐 자세를 불균형하게 만들고, 몸을 식탁에 기대는 안 좋은 습관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푸하하.
그 순간 멋쩍게도 그의 짧은 다리가 이상하게 귀여워 보였다. 이미 태어나기를 짧게 태어난 게 왜 때문에 당신의 죄는 아니잖아요. 사연 있는 짧은 다리가 웰시코기 같이 귀여워 보였다. 딱 떨어지는 롱다리도 좋지만 어쩐지 왜 그런지 짧은 다리가 사연 있어 보이는 어떤 저녁이다. 별게 다 귀엽다. 앉은키가 좀 크면 어때요. 다리 짧으면 좀 어때요. 두 발로 멀쩡히 걸어 산책하는데 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제각각 모두 조금 다른 내 몸뚱이인 것을. 앞으론 늘 당당하게 앉은키 크게 허리 곧게 피고 식사하세요. 내가 먼저 사랑해야 한다. 내 몸은. 미우나 고우나 내 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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