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사람 되기(정신 3-1.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우선 서점에 가서 기본적인 교과서를 샀다.
그동안 내가 만져본 책 중에 이렇게 두꺼운 책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두꺼운 책이었다.
목차를 보고 전체적인 내용을 어렴풋이나마 머릿속에 그린 다음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는다고 읽긴 하지만 모르는 한자가 너무 많아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시가지화 조정 구역 내에서의 개발행위를 억제하는 견지에서.
'시가지화 조정 구역 내에서의 개발행위를? 제기랄! 이러다가 혀 깨물지!' 여기서 멈추고 말았다.
서둘러 사전을 찾아봤다.
그때까지 부수로 찾는 방법을 몰랐던 나는 모든 한자를 총획수로 찾고 있었다.
사전도 그렇게밖에는 쓸 줄 몰랐기 때문에
총획수가 나와 있는 색인 부분만이 손때가 묻어 까맣게 되어버렸다.
"전부 몇 획이지? 8획인가?"
8획이 나온 부분을 처음부터 끝까지 찾아보았지만 나오질 않았다.
'이런 한자 없잖아.. 없어... 그러면 8획이 아니란 말인가..?'
모래 위에 떨어뜨린 보석이라도 찾듯 그 주변을 한참 찾아보니,
결국은 7획에 그 글자가 있었다.
한심하게도 획수도 제대로 세지 못했다. ''억제'라고 읽는 거구나. 이제 찾았네.'
한자 옆에 읽는 방법을 적어 넣었다.
'그런데 '억'자는 왜 7획인 거지...?'
매사가 이랬기 때문에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의욕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아 조바심에 짜증까지 나 있던 나는,
나를 걱정해 전화를 해주신 아저씨에게 화풀이를 했다.
"여보세요, 어떻게 잘 되어가고 있냐?"
"어떻기는 뭐가 어때요?"
"공부는 잘 되어가고 있냐고?"
"..."
"왜 그래? 대답을 안 하고?"
"이런 거 더 이상 못하겠어요, 제 체질에 안 맞는다고요."
"무슨 말이야,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책 한 페이지 읽는데 시간이 얼마나 많이 걸리는지 아세요?"
"여태까지 공부는 손 놓고 있었으니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겠지."
"이러다간 완전히 미쳐버릴 것 같아요."
"그래도 첫술에 배부르겠냐? 천천히 읽어봐."
"애초에 중졸밖에 안 되는 내가 자격증을 딴다는 게 무리라고요.
사실은 아저씨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죠?"
"왜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겠니? 그렇지 않아..."
"거짓말쟁이..."
"그렇게 어린애처럼 떼쓰는 소리 그만하고 잘 들어.
이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 모두가 우리와 같은 사람이지 뭐 특별한 사람이겠니?
다른 사람이 해낸 일을 왜 너만 못하겠니?
그런 나약한 생각은 버려.
그리고 넌 중학교밖에 나오지 않았으니까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온 사람보다 두세 배는 더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야지.
이제 막 시작했는데 조바심을 내며
단번에 합격하겠다고 욕심까지 부려가며 그러고 있으면 되겠니?"
비뚤어진 성격이 남아서 금세 좌절해버리는
나를 오히라 아저씨는 끈질기게 격려해주셨다.
이렇게 타일러주시면 내던져 버리고 싶다가도 다시 해봐야겠다는 의욕이 생겨나곤 했다.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오히라 미쓰요. 북하우스. p.160-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