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를 했다!
뿌리부터 빠글빠글.
원래 반곱슬이 심했던 나는 매년 연례행사로 미용실을 방문하여 곱슬머리를 파마약으로 쫙쫙 펴곤 했다.
그러다 보니 머리도 많이 상하고 돈도 시간도 많이 들어서 이제 곱슬머리는 펴는 일을 그만둬볼까 하는 마음에 그냥 다 볶아버렸다.
억지로 쭉쭉 펴댔던 부자연스러운 생머리보다 곱슬곱슬한 내 머리가 훨씬 자연스럽고 예뻤다.
생기도 있어 보이고.
덕분에 자신감이 붙어서였는지는 몰라도 주변 사람들도 새로 바뀐 머리가 너무도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 주어 기분이 좋았다.
모든 것들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른다.
하얀 얼굴에 긴 생머리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모습이라고 생각해 왔던 어린 날의 나는 정형화된 틀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해 왔던 것 같다. 그런 억지스러운 모습이 아름다워 보일리 만무하지.
이제 나는 남들이 규정하는 아름다운 모습에 집착하기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까무잡잡한 곱슬머리를 가진 내 모습을.
중학교 때, 방문한 미용실에서 미용사 아주머니가 하셨던 말씀이 갑자기 떠오른다.
“학생, 얼굴은 예쁘장한데, 머리가 곱슬이라 속상하겠다.”
예전에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었다. 반곱슬이 심해서, 머리숱이 많아서, 늘 그것이 불만이었고, 그게 내 단점이라 생각해서 머리숱을 쳐내고, 억지로 머리카락을 쫙쫙 펴댔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한다.
곱슬머리가 단점인가? 곱슬머리는 특징이지 단점이 아니다.
곱슬머리인 것도, 머리숱이 많은 것도, 피부가 조금 까무잡잡한 것도, 그냥 내 특징일 뿐, 단점이 아니야.
그렇다고 장점도 아니다. 더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그냥 그런 거다. 그냥 난 곱슬머리인 거다.
그래서 그냥 그런 채로 살아보려고 한다.
세상에는 늘 어떤 기준이 존재하는 것 같다. 요즘에는 그 기준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느끼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이 정해놓은 기준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에 벗어나면 부족하고 모자라고 나쁜 것이라 여기고, 그 기준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일을 소위 ‘자기 관리’를 잘하는 것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진정한 ‘자기 관리’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사랑하고 그것을 오히려 더 부각하고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남들과 조금 다르면 어때, 오히려 좋은 거지.
다르다는 건, 특별한 것이니까.
머리숱이 많은 나를 사랑해보려고 한다.
피부가 까무잡잡한 나를, 곱슬머리인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