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성장일기)
나에게는 조카 2명이 있다.
남동생의 아들 둘인데 올해로 첫째 조카는 초등학교 5학년, 둘째 조카는 초등학교 2학년이 된다.
기특하게도 방학 때가 되면, 일주일씩 부모님 댁에 놀러 와 온 집안을 들었다 놓고 간다.
조카들이 생기고부터, 가족들 모두가 웃을 일 들이 많아졌다. 그런 조카들이 늘 고맙고, 세상에서 가장 귀히 느껴진다.
2023년 1월.
겨울 방학 기간이라 부모님 댁에 놀러 온 조카들을 보러 갔다.
한창 클 때여서 이제 흡사 성인만큼이나 먹고,
활동은 운동선수 같이 한다. 활동량이 어마무시하다.
집 안에만 있는 것이 답답했던지, 동네 눈 쌓인 곳에 가서 눈사람을 만들기로 했다.
첫째 조카가 두툼한 패딩까지 다 입고서는 마지막으로 장갑을 끼려는 순간. 다급하게 달려왔다.
“고모, 장갑이 손에 안 들어가요. 도와주세요.”
“어 그래. 고모가 장갑 끝을 붙잡을 테니 손 넣어봐 봐 “
일 년 새 키가 큰 만큼, 손도 커버린 조카는 장갑이 맞지가 않았다.
“수현아, 손이 커져서 장갑이 안 맞네. 안 들어갈 것 같은데…”
“아니에요. 저번 달 에도 꼈는데 들어갔 단말이에요.”
“그래? 그럼 손을 요렇게 오므려서 한번 넣어보자.”
조카는 장갑보다 커버린 손을 오므리고 오므려서 넣어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수현아 안 되겠다. 새 장갑을 사야겠다. 너무 작아”
“아니에요. 엄마가 붙잡아 줬을 땐 들어갔는데…”
구깃구깃 자기 손을 장갑에 맞춰 들어갈 때까지 끙끙 대더니, 조카는 마침내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눈사람을 만들려면 지금 당장 장갑이 필요할 텐데,
나가지 못할까 봐 걱정도 되었을 테고
엄마가 껴줄 땐 되던 것이 안되니,
낯선 환경이라 안된다 생각하니 당황도 했을 테고
왼쪽 손은 들어가는데 오른쪽 손은 들어가지 않으니, 처음 겪는 자신의 신체 변화에 놀라기도 했을 거다.
“수현아, 수현이가 한참 자라는 나이라 손이 한 달 사이 많이 커졌나 봐. 고모는 수현이가 키도 자라고 손도 커져서 너무너무 기쁘고, 축하해 주고 싶은데…”
“아니.. 그럼 왜 왼쪽 손은 들어가고, 오른쪽 손은 안 들어가요?” 서럽기 서럽다 이 친구..
“음 그건.... 왼쪽 손이랑 오른쪽 손 크기가 다른 건 말이지.. 한쪽 손을 더 많이 쓰면 그럴 수 있어.
고모 손 봐봐. 크기가 조금 다르지? “
조카는 눈물을 그치기 시작했다
“장갑이 없으면 눈사람 못 만들잖아요..”
할머니 장갑 찾아보자.
“이거 끼면 괜찮겠다.”
조카는 자신의 손보다 1.5배는 더 큰 할머니 등산용 장갑을 끼고서는 그제야 눈물을 그쳤다.
조금 크긴 하지만 벗겨질 정도는 아니니 이 정도면 만족한다는 느낌이었나 보다.
조카의 성장통을 보면서, 40이 넘어서도 성장통을 겪고 있는 나와 다를게 무엇인가?
나의 크기에 맞지 않은 곳에 있으면서,
나 자신을 꾸깃꾸깃 접어 넣고 있지는 않은지.
지금 당장 익숙한 이곳을 떠나면 큰일이 날 것 같아
두려움에 떨고 있지는 않은지.
아직도 처음 겪는 낯선 환경이라 당황한 것은 아닌지.
할머니의 등산용 잡갑을 끼고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신나게 겨울 방학을 보내고 있는 조카가
가슴 뜨거워지도록 대견하고, 응원해주고 싶은 나는
우리 부모님이 그리고 나의 주변의 사람들이 그렇게도 응원해 주어 성장할 수 있었음을.
다시 한번 감사해지는 하루였다.
수현아, 우리 하루하루 한치씩 자라나 보자.
나의 선배들이 그랬듯 너의 하루하루를 응원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