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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wovewove Feb 21. 2020

그토록 과감한 그토록 엄청난.

영화 감상평

영화 <연애의 목적>의 주인공 이유림은 오래 사귄 여자 친구가 있는 주제에 교생 실습 온 최홍에게 집요히 추파를 던진다. 이유림의 수작질은 설명하기도 곤란한 추행과 스토킹이다. 박해일이 아무리 무고한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다한들 아무리 귀엽게 연기 한다한들 이유림은 구원받을 수 없는 캐릭터다. 현실에서 이런 인간을 만난다면 즉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여주인공 최홍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오히려 경험으로 정확히 알고 있다. 이유림이 얼마나 후지고 잘못된 남자이며 하루빨리 그에게서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유림을 사랑하게 된다. 그녀는 무력하다. 왜 이런 투명하게 늑대인 남자에게 끌리는지, 왜 담배냄새가 아니라 샴푸 향기가 느껴지는지, 수면제를 먹고도 번떡 뜨이던 눈이 왜 이 사람 옆에서는 스르르 감기는지 자신도 이해가 안 간다. 마음은 쉽게 이성을 따라주지 않는다.

방법이 완벽히 틀렸지만 이유림 역시 진심으로 최홍을 사랑한다. 희한하게도 구제불능인 유림의 순정은 그녀에게 위안을 주고 그녀의 상처를 치유해준다. 연애 감정은 잘못된 길을 알고도 거닐게 하고 그러다가 목적지에 데려다 주기도 한다.

경이로운 로맨스의 힘을 예찬하기에 연애는 부박하고 누추하고 세상에서 가장 수익률이 낮은 투자 종목이다. 어느 각도로 봐도 도무지 초점을 맞추기 어렵다. 동시에 지난한 생을 망각시키고 우리를 기대시키고 또 살게 만든다.

영화의 종반부 둘의 관계가 학교에 밝혀지고 위기에 처한 최홍은 이유림을 성추행으로 고발한다. 영화는 교묘하게 최홍이 이유림을 배신한 것처럼 그리지만 타당한 결론이다. 이일로 최홍은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반면에 이유림은 직업도 잃고 여자 친구도 잃고 사랑도 잃는다. 이유림이 폐인의 모습으로 죗값을 치르자 비로소 남자와 여자는 동등한 높이에서 서로를 마주 볼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여자는 남자를 찾아가 손을 내민다.

재회한 두 사람은 함께 밤을 보내고 창밖에는 눈이 내린다. 이들의 미래가 여관 입구에 소복이 쌓인 눈만큼 찬란할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기어코 다시 진창에 들어갈 발을 뗀, 한심한 두 사람을 말리는 대신 어깨를 주무르고 등을 토닥인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늘 사랑이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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