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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스토리 팝업-내 글이 내게 위로를 건넸다

브런치스토리의 팝업에 다녀왔다. 요즘 트렌드의 중심이라 하는 성수동에 팝업이 열렸는데 평일 낮임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브런치 작가세요?"

팝업 스토어의 메인으로 들어가니 왼켠에 서있던 직원 분이 내게 묻는다. 내 사진을 찍어 작가 카드를 즉시 발급해주나 보다. 


"작가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쫄딱 망한 집 첫째 아들입니다"

"네?"


나의 긴 필명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는 듯하여 브런치스토리 앱을 열어 내 필명을 보여주었다. 쫄딱을 자꾸 쫄닥이라고 쓰셔서 딱이라고 교정을 하고야 작가 카드가 발급되었다. 내 키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 패드로 찍은 사진이라 그런지, 요즘 상태가 메롱이라 그런지 외계인처럼 나온 얼굴이 영 맘에 들지 않아 카드를 얼른 오른쪽 주머니에 넣었다.



고개를 돌리니 브런치 공모전 당선 작가들의 이야기가 양쪽 벽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브런치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내년 팝업에는 나의 브런치북 '쫄딱 망한 집 첫째 아들'과 나의 얼굴이 이곳에 걸려있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다음 섹션으로 넘어가니 글을 쓰기에 좋은 소재들을 테이블로 만들어 놓은 구역도 있었고, 작가가 작가에게 엽서를 남기고 벽에 붙여 놓는 공간이 있었다. 머쓱함을 무릅쓰고 커다란 테이블 옆에 난 작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엽서를 집어 들고 글귀를 쓰기 시작했다.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가 나의 브런치 북 마지막 에피소드에 썼던 구절이 생각났다. 브런치 앱을 열어 내가 썼던 구절을 다시 봤다. 



시간을 돌고 돌아 내가 썼던 글이 다시 내게 위로를 건네는 순간이었다. 이 글귀를 쓸 때만 해도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정리되고 침잠해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달 사이 애비는 생각지도 못한 사고를 쳐 가족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나는 입 다물고 열심히 다니던 스타트업에서 쫓겨나 산송장처럼 지내고 있었다.


나의 글이 시간을 타고 흘러 다시 내게 말을 건다. 그리고 죽지 말고 살라고 한다. 신경안정제 부작용인지 글씨를 쓰는 오른손이 슬쩍슬쩍 떨렸지만 애써 꾹꾹 진심을 내려썼다. 작가가 작가에게 쓴 엽서들이 모인 벽면 가장 중심에 내 엽서를 붙였다. 삶에 또 속아 죽을 만큼 힘든 누군가에게 나의 글이 흘러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신도, 나도 혹한의 시절을 어찌 되었건 견뎌보자고.


브런치 팝업에서 꿈을 되새겼다. 내년 팝업에는 나의 책과 얼굴이 걸리는 꿈. 그리고 내가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세상에 흘려보낸 글을 다시 만나게 하고 위로를 건네받았다. 단순한 마케팅적인 홍보 수단도, 내부에서 자화자찬으로 끝낼 이벤트가 아니었다. 잠시 멈춰있는 내가 다시 나의 손을 잡을 수 있던 만남의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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