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보면

2024년 7월 29일 월요일

by 곽다영


어떤 글은 쓰다가 자꾸 멈칫하게 된다. 그 일을 복기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엉망이 된다. 이렇게 괴로운 작업을 굳이 해야 하나. 어쩌자고 나는 이런 걸 쓰고 싶어 하나. 이 일이 내게 이로운지 해로운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러나 쓰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영영 이것에 대해 쓰기를 주저한다면 나는 이 일을 어떻게 끝낼 수 있나. 그 장면 속에 있는 나를 돌보지 않고 다음으로 건너갈 수 있나. 건너가서 잘 살 수 있나. 아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잊은 척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쓰고 싶은 욕망이 이긴다. 말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앞선다. 너무 힘든 기억에 관해 쓸 때는 글을 쓰다가 자주 쉰다. 쓰다 말고 밖에 나가 걷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본다. 다시 쓰다가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그렇게 글을 쓰다 어느 시점을 넘으면 상처가 치유되고 있다는 걸 느낀다. 다친 부위를 스스로 열어 소독하고 해체하고 치료하고 봉합하는 과정을 치르는 기분이다. 그 감각을 기다리면서 쓴다. 쓰다가 쉬기를 반복하면서 아무튼 계속 쓰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일이 끝나있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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