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일 금요일
이제는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어제저녁 메뉴가 뭐였지. 전에 와본 적 있는 식당인데 그때는 여기서 무엇을 먹었더라. 친정에 다녀온 지 얼마나 됐지. 그 친구를 만난 지는 얼마나 되었지. 그런 것들을 스스로 기억하는 능력을 상실한 것 같다. 몇 살쯤부터 이렇게 되었는지조차 모르겠다. 어릴 적의 나는 기억력이 좋았던가. 기억할 것이 늘어날수록 기억력이 약해지는 건 그저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일 뿐일까. 이제는 작년 오늘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확인하려면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그날 써둔 메모나 사진을 찾아봐야만 내가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나는 매일 먹은 음식과 만난 사람, 들른 장소, 읽은 책이나 영화, 전시 따위를 짧게 기록한다. 내 기억으로 스마트폰이 나오기 한참 전부터 그런 걸 다이어리에 적어두곤 했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부터는 ‘Today is’라는 앱을 꽤 오래 썼었는데 언제부턴가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더 이상 아이폰에서 앱을 열 수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엑셀 파일을 내려받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때 느꼈던 상실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수년간의 기록이 순식간에 무용해지던 순간,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가졌다고 감각해 본 적도 없는 무언가를 잃은 기분이었다. 몇 년 전부터는 ’Daily Note’라는 앱을 쓰고 있다. 부디 오래오래 서비스가 무탈하게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기록하는 이유는 결국 미래의 나를 위해서인 것 같다. 일기도 사진도 영상도, 기록하는 순간 모든 기록은 과거가 되고 현재의 나는 그것들을, 하물며 기록했다는 사실조차 빠르게 잊는다. 기록을 찾아보며 기억하고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면서 계속 그렇게 살면 되는 걸까. 아니면 어떤 미래에는 기록하지 않아도 뭔가가 나를 대신해서 나를 기억하게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