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2024년 8월 5일 월요일

by 곽다영


화장을 아예 하지 않은 지 이 년쯤 된 것 같다. 직장에 다닐 때만 해도 눈썹이나 입술 정도는 신경 썼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 피부 화장은 선크림 단계에서 끝내고 가끔 기분에 따라 립스틱을 바르는 정도. 불과 오 년 전만 해도 풀메이크업을 하지 않으면 외출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이미 몇 겹의 화장품을 바른 피부 위에 파우더를 꼼꼼히 펴 바르고 눈썹의 빈 부분에 색을 칠하고, 또렷하고 큰 눈으로 보이기 위해 눈 위에 라인을 얇게 그리고 뷰러로 속눈썹을 바짝 올려 마스카라로 고정하고, 입술에는 붉은 오렌지나 분홍빛의 립스틱을 바르고, 젖은 머리를 드라이해 보기 좋게 컬을 만지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을 들였다. 그런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에는 눈두덩이 위의 잔털을 정리하고 손톱과 발톱을 단정하게 깎아 색을 칠하고 발바닥의 각질을 문질러 없앴다. 그렇게 어떤 나를 완성한 후에야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내가 특출나게 예쁘지 않다는 사실을 진즉에 알았지만,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예쁨에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떤 최면에 걸렸던 게 아닌가 싶다. 나는 어째서 발바닥까지 예뻐야 한다고 믿었던 걸까. 본래의 나보다 조금 더 눈이 크고 눈썹이 깔끔하고 입술이 붉고 발뒤꿈치가 반질거리면 나는 보다 나은 내가 되는걸까. 그렇게 해서 나는 무엇을 얻고자 했을까. 실제로 얻은 건 또 무엇일까. 무언가 얻었다면 그것은 내게 정말 도움이 되었던가. 어릴 적 화장을 하지 않는 중년 여성들을 보면서 그들에게는 자신을 가꿀 시간과 여유조차 없는 걸까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나이를 먹어도 부지런히 외모를 가꿔서 아름답게 늙으리라 다짐도 했었다. 어느덧 나는 중년 여성이 되었고, 더는 화장을 하지 않는다. 이 둘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화장을 하거나 혹은 하지 않거나 하는 일에 애당초 이유 같은 건 필요하지 않다. 나는 그냥 나여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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